세상의 열매들은 왜 모두
둥글어야 하는가.
가시나무도 향기로운 그의 탱자만은 둥글다.
땅으로 땅으로 파고드는 뿌리는
날카롭지만
하늘로 하늘로 뻗어가는 가지는
뾰족하지만
스스로 익어 떨어질 줄 아는 열매는
모가 나지 않는다.
덥썩
한입에 깨무는
탐스런 한 알의 능금
먹는 자의 이빨은 예리하지만
먹히는 능금은 부드럽다.
그대는 아는가
모든 생성하는 존재는 둥글다는 것을
스스로 먹힐 줄 아는 열매는
모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오세영 - 열매
집에서 차로 5분만 나서면 시골풍경 그대로인 묵밥집(묵고을)이 있다.
감나무, 돌배나무, 자두나무 알알이 영글어 가는 유실수들이 묵밥집 주변에 있고
뜨거운 여름한낮이지만 열매들은 싱그럽다.
마당한가운데는 작은 연못과 감나무 한그루가 있다.
연못속에는 수련과 청개구리가 산다.
감나무 기둥에다 오른쪽에 기둥을 하나더 세워 주인장이 예쁜 나무그네를 만들어 놓았다.
이 그네는 살아있는 감나무에 부담을 주므로
<그네를 밀지마세요>라는 팻말이 붙여져 있다.
감나무 그늘아래서 쉬고 싶은 이들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지만
살아있는 감나무를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그네 옆 마당가장자리는 30여명이 앉을 수 있는
야외 식탁이 차양막아래 준비되어 있다.
누구든지 묵밥을 먹고 나오면 이곳에서 차를 마시는 공간이다.
모내기 끝낸 들판이 한 눈에 들어오는 이 공간이 이집의 하이라이트다.
곳곳에 장독대등 주인장 손길이 있지만 그래도 역시 이 정경이 최고다.
들판 풍경은 철마다 조금씩 바뀌어 가지만 황금들녘 못지 않게
초록으로 지천인 이맘때도 참 좋다,
하늘만 빼고 온 사방이 초록이다.
이곳에 서면, 초록빛 바다에 온 것같은 확 트인 마음이 된다!
사람은 더위에 지치지만, 뜨거운 여름 햇살아래서
과육들은 더욱 단단히 영글어갈 것이고. 곡식도 가을을 꿈꿀 것이다.
알알이 박혔있을 사랑, 기쁨, 희망이 있어
모든 열매는 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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