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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아주고 알아보아야하는 문화재

구름뜰 2008. 6. 30. 18:33
          

                       
구미가 초행길인 부부에게 구미를 안내해줘야 하는 경우가 3년 전 쯤에 있었다. 그 때 나는 적잖이 고민했고, 구미의 문화재 공부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고민 끝에 내가 정한 코스는 금오산 대혜폭포까지의 산행이 첫 코스였다. 자연보호의 시발점이기도 한 대혜폭포아래의 발상지 이야기와 금오산이 얽힌 큰바위 얼굴보다 더 놀라운 능선의 와불상 이야기, 야은 길재 선생님이야기까지 준비를 했다.  산행을 가볍게 하고난 뒤 상가에 들러서 한방 백숙으로 점심을 했었다. 딱히 먹을 메뉴가 마땅찮았고 특색 있는 구미만의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제법 정갈한 음식이었다.  

 두 번째 코스는 상모동의 박정희 대통령 생가였다. 작은 집채와 어릴 적 공부한 방과 책상, 부엌 ,아궁이까지 보면서 얼마나 생경스러워하는지, 이곳으로 모시고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다음으로 택한 곳은 신라 불교의 발상지인 도리사였다. ‘아도화상’이야기와 함께, 그가 고구려 승려이면서 신라 땅에 불교를 전하기 위해 왔다가 이곳에 절을 짓기까지 모례정에 얽힌 이야기, 전설 같은 봉숭아꽃과 오얏꽃에 얽힌 이야기를 곁들여 가면서 시조산 가파른 언덕길을 올랐었다. 자랑할 만한 것을 가진 자의 기분이랄까. 차오르는 숨만큼 뿌듯해지는 무언가가 있었는데 그것은 구미사람이었기에 느끼게 되는 그런 뿌듯함 이었다. 

 

이번 문화탐방 일정에도 도리사가 들어 있어 나는 내심 반가웠다. 도리사 이전에 매학정과 금오서원을 들렀을 때 아쉬웠던 것은 ‘너무 방치되고 있다’는 거였다. 도리사에는 승려들이 기거하고 있는 탓인지 문화재가 반들반들하다고 하면 어폐가 있겠지만 잘 보존되고 더 확장시키고 좋아지고 있음이 한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매학정 옆에 살면서 관리한다는 촌로는 그리 건강해 보이지 않았고 금오서원 옆에 할머니는 아예 병으로 집을 비운지 오래라고 이웃 아주머니께서 알려 주셨다. 단지 옆에 기거하기만 할 뿐 촌로들이 문화재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만큼 늙었고 문화재도 그들만큼 영락하고 쇠락해 보였다. 

 

매학정은 낙동강을 마당처럼 낀 전망이 좋은, 그야말로 명당이 아니 될 수 없는 지형에 자리를 잡고 있다. 고산 황기로 선생이 매화를 심고 학을 기른 곳이라 [매학정]이라 하였다지만, 매학정의 대청마루에는 쥐오줌과 쥐똥으로 비질조차 없었던 듯, 사람의 손길과는 별개로 지내고 있음이 한 눈에 들어왔다. 신발을 벗을 수 없어 신은 채 한 발 올랐다가 차마 민망하여 바로 내려왔다. 매학정 뒤란을 한 바퀴 돌아 낙동강을 배경한 사진만 한 장 찍고 돌아서 나오는 내도록 나는 뒤꼭지가 부끄러웠다. 
 
 금오서원도 도량이 도산서원만큼 넓지 않을 뿐, 그 웅장한 기둥은 도산서원의 그것 못지않아 보였다. 몇 해 전 안동의 도산서원을 방문했을 때 그 낡은 기둥이 윤기를 잃어 세월의 흔적이 엿보였지만 많은 사람들의 발길 때문인지 충분히 문화재로서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금오서원은 사람의 흔적까지 없어 더욱 퇴락해 보였다.
 

모례정은 노천 박물관을 찾은 듯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시멘트 벽면에 그려진 그림들이 주는 독특한 느낌은 대웅전안이라야 가능한 탱화들이 담벽 곳곳에 그려져 있다. 온 동네를 대웅전 으로 만들고자한 선조들의 염원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주 남산에 가면 계곡 옆이든 정상 부근 바위든 크든 작든 생긴 모양그대로에다 불상을 새겨 넣어 돌맹이 하나도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처럼, 어느 벽도 그냥 두지 않고 곳곳에 탱화다. 노천이다 보니 비바람에 지워지고 바래져서 흔적도 없는 곳이 많아지고 있는 실정이라 저것들을 어떻게 해야 잘 보존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도 들었고 머지 않아 더욱 부식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전문가들의 지혜와 손길이 필요할것 같았다. 우물물은 무거운 쇠뚜껑이 덮혀져서 미관은 썩 좋지 않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물은 맑고 깨끗했으며 예전 방문때보다 주변이 잘 정비되어 있었다. 


  "구미의 문화재가 안동의 문화재보다 하나도 뒤질게 없이 우수한데 사람들이 잘 몰라서 아쉽습니다." 강삼구 문화관광해설사의 말처럼 구미시는 더욱 잘 보존하기 위해 애써면서 구미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도 애써야 할 것이다. 사견이지만 관광지 투어버스를 주 1회 정도 신청을 받아 운영을 한다면, 또 원하는 단체가 있다면 굳이 날짜와 상관없이 안내에 앞장선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문화재는 우리가 알아주고 가꾸어야만 참 내 것이 되며  소중해지고 귀해진다는 생각이든다.  문화재가 얼마나 소중한 자원인지는 관광지를 가보면 금방 알 수 있다

 3년 전의 그 안내 경험 덕분인지 나는 도리사만 가도 기분이 좋다. 고향을 찾은 것 같은 정도는 아니지만, 고향 친구를 객지에서 만난 것처럼 반가운것이다. 그것은 내가 도리사를 알고 나서야 느끼게된 기쁨이었다. 


                                                                                                                글. 사진  명예기자 이미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