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소나기 오는 오후!

구름뜰 2009. 7. 2. 15:12

 

 

며칠전부터 소나기라도 후련하게 뿌려 주었으면 했는데..비가 소나기가 온다. 

내리는 것이 아니라 내게 온 것 같다.

행사가 있어서 박정희대통령 생가엘 갔었다.

소나기 올것을 예상했음인지 행사가 애초 계획보다 세시간이나  일찍 끝났다. 

바람이 세차고 갑자기 하늘이 울고 천둥이 요란스럽더니

오후 2시쯤부터 소나기가  왔다.

얼마만인지..

소나기는.

시원시원하게 내리 꽂히는 빗줄기가 우박처럼 굵고 세차게 창문을 때린다.

순식간에 지나갈 비지만 그래도 반갑다!  

 

도로위에 내리 꽂히는 빗줄기가 갈증을 말끔히 씻어준다.

휘둘리는 나무도 목축이는 아스팔트도 신나보인다. 

우리집 화단(나의 정원)에 있는 화초들은 올망졸망 작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동네에 개업한지 얼마 안된 꽃집이 있다.

며칠전 비오는 날 저녁무렵 운동하러 저수지로 가는 길이었는데,

꽃집아저씨가 '화초에는 빗물만큼 좋은 것이 없다'며

덩치 좋은 아들과 낑낑대며 화초를 밖으로 들어내는걸 남편과 보았다.

굵은 빗줄기와 아스팔트에 수직으로 부딪고 튀어오르는 물방을울 찍을 수는 없을까..  

내가 카메라를 들고 베란다로 나가 얼쩡대고 있을때 

남편은 재빨리 세수대야를 가지고 왔다. 

 

소나기 찍을 요량으로 카메라 들고 베란다에 서있던 나는 

'나도 한모금만'하는 모양새로 불쑥 창밖으로 대야를 내미는

나보다는 훨씬 실용적이고 이쁜마음을 한컷 찍게 되었다. 

<나의 정원>이라고 지칭하면서도 내 화초들에게 

빗물을 주면 얼마나 좋아 할까 하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아파트고 4층이라 받아 주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못했는데..

소나기라서 잠깐 동안이었지만 제법 받았다.

아주 원시적인듯 하지만 그래도 제일 탁월한 방법이다.

아파트에서 빗물받기에는.

내 정원의 화초들도 실용적이고 실천주의인 남편 덕분에 오늘 제대로 된 물맛을 본 셈이다.

ㅎㅎ

금오산이 저 멀리 한 눈에 들어오는 우리집 풍경은 제법 괜찮다.

비오는 날도 좋고, 눈오는 날도 좋고 푸르름이 늘 함께해서 좋은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 나는 맘껏 내가 하고싶은 것들을 누리며 혼자서도 잘 논다.

그림도 그리고, 책도 보고, 차도 마시고, 그래도 제일 중요한 건  

하루도 눈빛을 주지 않으면 시들해지는 화초들과 아침부터 저녁까지 눈맞추기 하는 일이다.

우리집 베란다는 나의 정원이며, 서재이며, 그리고 나의 작업공간이며 놀이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