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만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 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함석헌의《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全文)에서-
*스무살 적에 처음 이 詩를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에서 낭독으로 접하고
카세트 테잎을 사서 들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다른 명시들도 많았지만 유독 이詩는 영혼의 울림을 주었습니다.
듣고 또 듣고,
오지 않은 내 미래엔 이런 사람을 만나야 하지 않을까!
이런 마음, 이런 사람 하나쯤 있어야 아름다운 인생이지 않을까!
그렇게 꿈을 키울수 있는 메세지를 주는 詩였습니다..
그리고, 함석헌님이 돌아가시고 나서야
그 분의 전기를 찾아서 읽어보는 계기도 되었지요.
詩란 이런 것 아닐까요?
영혼의 나침반이 되기도 하고
이정표가 되기도 하는
이 세상 모든 詩人들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지요!
일생을 두고 좋아하며 가슴속에 담아 두어야 할 詩입니다.
'저 하나 있으니"
침묵으로도 가슴을 채우는 사람,
생각만 해도 아름다운 사람이기를..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