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뜰 2009. 8. 21. 08:42

 

 

 

 

나직한 구름자리

타지 않는 일모(日慕)

텅 빈 내 꿈의 뒤란에

시든 잡초 적시며 비는 내린다

지금은 누구나

가진 것 하나하나 내놓아야 할 때

풍경은 정좌(正座)하고

산은 멀리 물러앉아 우는데

나를 에워싼 적막강산

그저 이렇게 저문다

살고 싶어라

사람 그리운 정에 못 이겨

 

이형기 (1933~2005)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쌓여 지금은 가야할 때"

라며 격정을 인내한 절장 '낙화'로 일지감치 시단의 축복에 싸였던 시인.

그 축복 시인에겐 또 얼마나 큰 짐 되었을까.

사람 그리운 정 인내하며 얼마나 천재는 적막강산 살아내야 했을가.

'낙화'보다 촉촉이 가슴 적시는 이 詩

이제는 그리운 정에 살고 싶다던 시인 가고 없어 강산은 더욱 적막하고..

 

이경철 -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