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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우리는 아침부터 잘 때까지, 심지어 꿈속에서도 생각하면서 지낸다. 생각하지 않는 나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몸이 병들면 생각이 삐뚤어지기 쉽고 생각이 잘못되는 병도 분명 있다. 그런데 막상 ‘생각’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면 명쾌하게 떠오르는 것이 없다. 책들을 들춰봐도 ‘유레카!’를 외칠 만한 모범답안은 고사하고 버금갈 만한 답도 찾을 수 없다. 철학이나 신경과학에서도 생각 즉, 사고를 분명하게 정의한 것은 찾기 힘들다. 그나마 서양 근세철학의 아버지인 데카르트가 사고를 깊이 파고들었다. 그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할 때 생각은 회의, 직관, 관념 등을 의미하는 것 같다.
생각을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다른 정신 기능과는 구분된다. 시험에 붙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감정이고, 가게에서 몇 푼 안 되는 물건에 큰 돈을 지불하고서는 얼마를 거슬러 받을까 헤아려보는 것은 계산이다. 빵으로 허기를 채우겠다거나 예쁜 꽃을 꺾어 수반에 꽂아두어야겠다는 마음은 감정이나 계산과는 다르다. 이런 마음이 생각이다.
생각을 몇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잠자리에 들어 낮에 있었던 일을 달리했으면 어땠을까, 내일은 누구를 만나 무슨 일을 할까를 머리에 그려보는 것은 공상이다. 공상 속에서는 현실에서 이루지 못할 것들을 자유자재로 경험한다. 상상은 외부에서 감각이 들어오지 않는데도 마치 존재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마음의 눈이다. ‘사과’라는 단어를 들으면 빨갛고 달콤한 사과를 떠올릴 수도 있고, 설익어 푸르고 떨떠름한 사과를 떠올릴 수도 있다. 합리적 생각이란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논리적·이성적인 정신 기능으로, 허황되지 않고 현실적이다. 창의적인 생각은 보통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잘 이해되지 않는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끝없는 호기심과 실낱같은 가능성에도 끈질기게 매달리는 근성 외에도 사물을 뒤집어보기도 하고 장시간의 공상 속에서 비논리적이고 비합리적인 사고를 구사한다. 한때 도박에 빠졌던 파스칼은 노름판에서 확률론을 창시했고, 말 배우기 전부터 숫자를 가지고 놀기 좋아했던 가우스는 정규분포곡선을 증명했다. 그들은 남들과 같은 것을 경험했지만 생각은 달랐다.
사고는 그 지향점을 향해서 논리정연하게 나아가야 한다. 애초에 마음먹었던 것과 동떨어진 방향으로 나아가는 경우도 있고 갈지자걸음처럼 산만한 경우도 있다. 생각에 날개가 달린 듯이 빠른 경우가 있는가 하면, 한 가지 생각에 매몰되어 옴짝달싹 못 하는 경우도 있다.
박종한 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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