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겨울이야기

구름뜰 2009. 11. 18. 22:37

올해도 겨울 잠바를 준비했다. 엄청 따뜻한 것으로,.

 

요즘처럼,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면 나는 대략난감, 미리부터 몸을 움츠리게 된다.

추위를 많이 타서 주변에서 걱정해 줄 정도로 내 아킬레스건은 추위다.

반대로 여름날은 아무리 더워도 '따뜻한게 좋아'라며 잘 지낸다.  

땀도 흘리지 않는편이라 더위가 내게 주는 불편은 거의 없다. 

단지 세워둔 차에 탔을때 확 느껴지는 열기 정도가 여름날의 불쾌감 정도다.

 

부모님도 형제들도 괜찮은데 유독 나만 느끼는 부분인 추위에 대한 공포감!이 

무엇에서 연유한 것인지 곰곰히 생각해 본적이 있다.

언제가 가장 추웠는지.. 추위를 가장 많이 느꼈던 시절을 거슬거 거슬러 올라가서

내가 기억해낸 가장 추웠던 시절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의 등교시간 이었다.

교가는 신작로 길이 약간 오두막길이었는데 이른 겨울아침에  등교를 하다보면

칼바람같은 찬 기운을 온 몸으로 받았었다. 그 겨울 등교길이 유달히 싫었던 기억,

그 칼바람이 유독 싫었던 기억은 모두 다 추위에서 연유한 거였다. 

 

그 추위가 춥지 만은 않을수도 있다는 것을 어느날 우연히 경험했다.

무엇때문인지 친구가 옷을 내게 맡겼고 그 옷을 입는 순간 

내가 느낀  따스함은 여름날의 열기처럼 내 추위를 싹 가시게 해 주었다.

그리고  '옷 때문에 내가 그동안 추웠구나' 라는 생각을 그 순간 했다.

 

집이 가난하지도 않았고 엄마가 옷을 안 챙겨주신것도 아니었던 것 같은데

유독 친구옷이 따뜻한 소재 였는지 뚜렷한 기억은 없지만

그리고 그 이후로 등교길에 옷을 더 껴입었는지 어땠는지는 기억이 없다.

단지 그날 느꼈던 옷에 대한 기억은 따뜻함이었다. 

나는 아마도 그 기억때문에 추위에서 느꼈던 고통만큼 겨울옷에 집착이 생겼던 것 같다. 

추위가 징그럽도록 싫었고 그 친구옷이 유독 따뜻했었다는 느낌.

 

그렇게 그 기억은 어른이 되고도 추위와 따뜻함이라는 상반된 관념으로 내 의식속에 잠재되어 있었다.

어른이 되기 전부터, 그리고 어른이 되고도 나는 유독 겨울옷을 미리 준비하는 편이었다.

따뜻한 것에의 결핍에서 연유한것임을 알고도 남들보다 더 따뜻하게 입고도

추위앞에서는 여전히 맥을 못추고 있다.   

한번 결핍으로 남은 상처는 그렇게 쉬이 치유되지 않는 것인지....

 

어쩌면, 따뜻한것에의 결핍과는 상관없이 내가 추위에 약한 체질인지도 모른다. 

하옇튼 겨울은 싫다. 나는 아마도 전생에 겨울이 없는 나라에서 살았거나

아니면 여름 날에만 사는 생물이 아니었을가..

 

따뜻한 옷을 입어도 여전히 춥기만할 겨울!

내게는 이 겨울을 잘 이겨낼 재간이 없다. 동면말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