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무한도전 여성복싱 경기를 보고...

구름뜰 2010. 1. 31. 13:56

격투기나 케이원같은 스포츠를 좋아하는 남편에게

두들겨 패는 경기가 무애그리 재밌느냐고 물으면 "스릴 있잖아" 였다.  

그 스릴 넘친다는 경기에 관심 없이 지냈는데 어젯밤 오락프로 '무한도전'의

여성복싱경기를 시청하게 되었다. 

 

난주에 이어 2번째 시간 인것 같았는데, 내가 시청하게 된 부분은 양 선수가 링위로 올라가기 직전,

대기실에서 긴장된 모습으로 마인드컨트롤을 하며  입장을 기다리는 모습과, 

오프닝 무대로 바다가 링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교차되어 나오고 있었다.

 

챔피언  최선미(20살)선수는 탈북자 출신이고 상대 선수는 일본랭킹 1위인 쓰바사(26살)였다.

여성경기는 본적 없는데다  일본선수여서 승패가 궁금했다. 

쩌리짱 준하의 소개로 일본선수가 먼저 입장, 장막이 젖혀지고 선수가 스파링 모션으로 입장을 했다.  

케이원 같은데서  약간 유치한듯 보이면서 힘자랑하듯 으시대며 나오는 모습들을

별 생각없이 보다가 감정이입이 되어 보니 대기실에서의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다.

강하고 당찬, 누구든 덤벼라 자신있다는 듯한, 선수입장에서 부터 기싸움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본 선수만  봤을 때는, 우리 나라 선수가 지면 어쩌지 싶을 정도로 포스가 장난 아니었다.

그리고 최선미 선수가 입장, 길이 챔피언 벨트를 두손 번쩍 들고 앞장서 나왔고

뒤따라 최선미선수와 형돈이,  코치인 아버지, 주변사람들이 그녀 뒤에서 함께 입장했다.

와! 역시 남성들 경기에서 왜 그리 요란한 입장을 하는지  공감이 팍팍갔다.

그리고 좀전의 일본 선수 포스를 단박에 누를듯한 최선미 그녀만의 포스는 뭐라고 할까... 챔피언 다웠다. .

 

박명수와 유재석이 중계와 해설을 맡았고  쩌리짱은 링위에서 장내 아나운서 역할을 했다.

목이 터져라 소개 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고, 홍철은 응원단장으로 응원, 

길과 형돈은 최선미선수의 곁에서 일일트레이너 역할을 했다.

라운드가 끝나면 의자를 올려준다거나 경기전 어깨 마사지 등등..

 

1회전 경기가 시작되고 두 선수의 주먹과 스피드는 여성의 그것이 아니었다!

화면을 통해봐도 파워가 느껴졌다. 경기중에 서로를 노려보는 눈빛이며 표정 기싸움이 대단했다.

일본선수는 맞아서 한 걸음 물러나서도  미소지으며 약올리듯, 덤벼 하는 식의 여유있는 제스쳐까지.. 

 

일본선수가 경기도중 바닥에 주저 앉기를 두 번이나 했지만  그 때마다 다시 일어났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 싶게 . 맞을수록 힘이 생겨나는 것처럼.. 처절하도록 열심히 싸웠다

처음엔 1회전 , 2회전,  길어야 3회전 생각했는데.. 맞고 때리며 끝까지,  끝까지 싸웠다.

마지막 10회전 까지..

 

두선수의 얼굴이 부어 오르고  일본선수는 눈밑에 멍이들고 지쳤지만

벌떡 벌떡 오뚜기처럼 다시 싸웠다. 종만 울리면.. 어디서 그런 집념이 그녀들 안에 숨어 있었는지.. 

최선미 선수의 가족들이 관중석에서 그녀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고

쓰바사선수는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얼마 안되어 어머니가 아버지의 사진을 들고 

역시 딸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경기를 지켜보는 사람들과, 그녀의 가족들, 그리고 선수까지.

피를 말리는 듯한 표정과,, 관중들.. 그리고 그들을 응원하는 무한도전 팀들까지.

특히 형돈이와 길은 눈자위가 이미 일찌감치 붉어져 있었다.

 

감정 이입 너무 잘되는 내가 이 감동적인 장면을  보며 어찌 참을 수 있을까. .ㅎㅎ 휴지가 필요했다.

4회전 정도에서부터 하마나 하마나 하면서 보다가 나는  눈물 콧물 범벅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처음 3회전 정도까지는 우리나라 선수가 꼭 이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봤다. 

경기가 진행되면서 두여성의 집념과 투혼을 보면서 누가 이겨도 상관없다는 마음이 저절로 생겨났다.

잘 싸운다는 모습,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은 둘다 승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10회전에서 가장 변수가 많다는 해설자의 맨트와 함께 경기가 시작되고

지칠대로 지쳐있었지만 둘다 쓰러지지 않았다.  얼마나 주저 앉고 싶으며 그만 하고  싶었을까.

그렇지만 그녀들은  더 강해졌다. 끊임없이 죽을 목숨 다해 아니 그러다 죽는한이 있더라도 라는

집념이 보였고 양보도 없었다. 감동이라는 것이 뭔지 .. 최선이라는 것이 뭔지 보여주는 싸움이었다.

 

마지막 벨 소리가 나고 둘은 곧바로  부둥켜 안았다.

서로를 격려하고 있었다.

그 아름다운 포옹을 보면서 아  진정한 스포츠는 이런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를 이기는 것보다  자신을 포기하지 않은 것이 진정한 스포츠 정신이라는 것,

맞는 지는 모르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승리보다 포기하지 않은 서로를 격려해주는 진정한 스포츠 맨쉽,,

 

앞으로 케이원이나 격투기를 좋아할지는 모르지만 두들겨패는 경기라고만 치부했던

내 편견이 부끄럽게 느껴지는 경기였다.

무한도전을 통해 여성복싱선수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가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랄뿐이다.

 

일요일 도서관에 책 반납하러 왔다가 어제의 감동을 기록으로 남겨본다.

내일이면 잊혀질 감동은 아니지만 쓰고 싶어서. 몇자 적었다. 남은 시간이 4분!

4분후면 자동으로 컴이 꺼진다. 3분 30초 남았다.. 이젠 그만 쓰야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