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관계회복을 위해 선택해야 하는 것들..

구름뜰 2010. 2. 4. 17:37

 

그를 보고 싶으면 언제든 볼 수 있었다. 그땐 내 여건이 허락했기에...

그러던 것이 언제부턴가 그가 내게서 조금씩  멀어져 갔다. 

미세하게 조금씩 멀어져 갔고 눈치채고는 있었지만 차마 모른척 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우리의 운명이란 것을 알기에....., 

 

그를 보면서 혼자 아파했을뿐 누구와 상의할 수도 없었다. 

나이 생각도 해야 했고 부끄럽기도 했다.

멀어지는 그를 아무 말도 못하고 바라보다가, 가끔은 앙탈부리듯 노려보기도 했다. 

그러면 그는 슬며시 제자리로 돌아오는듯 했다.

그것도 잠시 스르르 미끄러지듯 뒷걸음질 치며 그는 내게서 멀어져 갔다.

 

그를 보는 내게 문제가 있다는걸 알면서도 나는 그가 예전처럼 내게 와주기를 바랬다.

흐르는 강물처럼, 흘러가버린 시간처럼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그가 내게 오기를 기다렸다. 미련스럽게..

 

그러기를 몇 년,,, 이젠 그와의 거리를 인정해야 할 때가 왔다..

그가 내게 올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오고 싶어도 올 수 없는 그를 위해 

우리의 관계회복을 위해 선택해야 하는 것,

통재라 애재지만 나는 볼록렌즈를 선택했다. 

 

오늘부터 내 일부가 된 이 물건을 어쩔까... 

수긍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나이듦의 징표인 노안을 나는 오늘부로 수긍했다.ㅎㅎ

 

몇년전, 나이든 지인이 "나이들면 책도 맘대로 못 읽는다"고 했을때, 

나는 '설마'라는 생각을 했었다.

공부를 게을리 해서 그런건지 타고난 건지 눈 검사만 하면 1.2였기에.. 보는것엔 자신 있었다.

그러던것이 사학년이 되면서 부터 슬슬 느껴지는 자각증상!

어떤 제품이든 습관적으로 챙겨 읽는 '설명서'라는 복병이 내게 생길줄이야. 

설명서는 눈 나쁜 사람들은 읽지 말라고 쓴게 아마도 틀림 없지 싶다. 

그것들이 깨알만큼 작다는 걸 그제서야 알았으니...  

그리고 책 읽다 사전에서 찾아야 하는 단어들 또한 완전 깨알이다.  

보이지 않으면 찡그리게 되고, 찡그린 흔적은 어느새 이력처럼

미간에 찡그린 인상의 흔적들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음도.. 뒤늦게 알았다.

 

그러면서도 버틸 수 있었던건 독서에는 지장이 없었다. 

한데,  며칠 전부터 내 눈에서 스르륵 풀려나가듯 미끄러지는 글씨들..

눈에 힘을 주면 잠깐, 아주 잠깐 선명해졌다가 다시 스르르 흐릿해지는 그것들과

눈싸움하듯 힘을 주어보다가.... 결국 아! 나는 인정해야 할 때가 왔음을...

관계 회복을 위해 내가 선택해야 할 때가 왔음을 알았다..

 

슬프지만, 볼록렌즈(돋보기라고는 절대로 말하고 싶지 않음)를 장만한 것으로

회복된 그와 나를 본다. ㅎㅎ

예전의 그 거리보다 더 가까워진 것 같은 그를 본다. ㅎㅎ

그도 나를 더욱 선명하게 볼래나.. .. 

 

조금 슬프긴 하지만 볼록이가 내 눈과 마음까지 맑고 깨끗하게 밝혀주는 것 같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했던가. 나이들면 볼록이가 마음의 창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