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님 섬기는 일
친정부모님은 남의 조상님 제사를 지내신다.
사연인즉, 할아버지 절친이 슬하에 아들이 없어 둘째인 아버지를 양자 삼기를
허락하셨기 때문이라고 한다. 양자를 삼는다는 것이 그 집으로 들어가 사는건 아니었고
그분들 돌아가신 뒤 제사를 지내주는 약속이었다고 한다.
부모님은 명절이면 일찍이 서둘러 양부모님(우리 형제들은 얼굴도 모르는)의
차례를 지내고 부리나케 집성촌인 시골 큰집으로 들어가 저녁까지 이어지는
집안의 나머지 제의식에 꼭 참석을 하신다.
젊은 우리라면 제사 핑계삼아 들어가지 않아도 될것을 이날 이적지 한번도 빠짐없이 고향엘 가신다.
고향나들이 하시는 부모님 정서를 닮아선지 우리 형제들도 유독
고향에 대한 향수와 정서가 남다르다.
이번 설에 아버지께서 우리가족에게 해준, 덕담 아닌 당부는 조상님을 잘 섬기라는 것이다.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선몽(꿈)으로 도움을 주신다고 하셨다.
지금처럼 건강이 좋지 않았던 몇 년 전, 꿈에 나타나
냉수에 담배 한개피를 풀어 마시라고 호퉁을 치며 내밀더라고 하셨다.
그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한다. 선몽 이후로 담배도 끊었고, 술도 끊었더니 ,
속이 부대낀다거나 몸이 개운하지 않았는데.., 몸이 건강해졌다고.
그때 그 꿈을 꾸지 않았다면 계속 술담배를 했을테고 아마 지금처럼
건강하게 살 수 없었을 거라며 덤으로 사는 인생 같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덧 붙이길, 어떻든지 돌아가신 조상님이나 부모님께 정성을 다하면,
조상님이 자녀들 모두는 못 도와도 한 사람은 꼭 잘 되도록 도와준다는 말씀을 하셨다.
산소를 정비하거나 그 옆을 지나게 되더라도 수시로 들르라는 것,
아버지의 이런 비책!이 근거가 있든 없든, 무교인 아버지가 할아버지를 신앙처럼 존경하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성스럽게까지 느껴졌다.
술 담배를 끊은 이후로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 등산을 하시고, 낮에는 자전거를 타고 공원산책을 꼭 하신다.
친구들이 많아서 노년기를 얼마나 즐겁게 보내시는지..
우리 집안에서는 아버지의 나이가 가장 많으시다.
올해 칠순이셨으니 어떻게든 남은 인생 건강하게 잘 사셨으면 좋겠다.
부모님께 잘한다는 것, 형제가 많아서이기도 하고, 사는게 바쁘서이기도 하고, 또는 편하니까,
부모니까 등등으로 살다 보면 일순위로 챙겨야 하는건 알지만, 일순위로 미루길 잘하는 것 또한
부모에 대한 효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부모님이 안계신 분들이 말하는 '살아만 계셨더면' 하며 아쉬워하는 모습들을 볼때면,
살아계시니 복이고 나름 맘껏 누리니 참 좋다!
엄마 아버지가 건강하시고, 가까이에 계시니,
내게 무슨일이 있든지 가장 기뻐해주고, 응원해주니 얼마나 든든한지.
이번 명절에도 어느새 집안 전통이 되어버린 윷놀이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함께 둘러앉아 먹는 비빔밥이 정을 나누는 의식처럼 맛있고 행복한 시간이란걸 느낀다.
남의 조상님이 도우시든, 우리 조상님이 도우시든, 친정부모님의 정성을 보면
복 받을 일을 하시는 것 같고, 우리자녀들까지도 복 받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복이라면 먼저 받고 싶듯이 먼저 나서서 잘 하라는 아버지 말씀이 가슴에 와 닿는 명절이었다.
이렇게 잘 생긴 군인을 나는 본 적이 없는것 같다. .. . .ㅎㅎ
아버지가 군인이셧던 스물 두세살 아마도 1963-4년대 근 50년정도 된사진인데 (오른쪽 두번째)
이번 설날 친정나들이에서 카메라에 담아왔다.
'미남이시네요.'라는 말이 절로 나올만큼 잘 생긴 얼굴이다.
"아버지, 장동건 절로 가라인데요?"했더니
그때 선임이 이 사진 보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
"이병장은 역시 인물이 좋구만."
내가 아버지만 쏙 빼 닮았으면 훨씬 낫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ㅎㅎㅎ
엄마가 들으면 서운하겠지만..
진심이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