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도는 돈..
2002 월드컵이 전국민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그해 가을쯤이었다.
같은 도시에 살고 있고 인상이 워낙 선한 남편의 지인이 일주일 동안만 쓸 급전이 필요하다며
2백 만원만 빌려달라는 전화가 왔었다. 안면을 튼지 그리 오래된 사람은 아니었지만 다른분이라면 몰라도
그분이라면 딱한 처지를 먼저 도와야 겠다는 생각으로 은행으로 달려갔었다.
빌려준 뒤로는 함흥차사 였다. 친구를 통해 연락이 되었을 때 사흘후에 꼭 갚겠다고 했지만,
입금되지 않았고, 연락하면 "내일은 꼭 입금합니다."해놓고 또 마찬가지. 어떤 날은 "은행에 가고 있다'고 까지.
공손한 어투로 계속 거짓말만하는 그 사람을 보고, 금전거래라는 것이 앉아서 주고 서서 받는다더니,
믿었는데, 그런 일로 맘 상한적이 그전에도 한 번 있었던터라 더 씁쓸했었다.
어려운 처지 도와주고자 하는 마음을 이렇게 밖에 못 갚나 싶은 마음에 괘씸하기도 하고
연고도 없는 우리가 얼마나 말랑말랑하게 보였으면 이런 피해를 입히나,
별의별 생각이 다 들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을 접었었다.
8년, 횟수로 9년째가 되었는데, 올해초 남편에게 꼭 갚겠다는 전화가 왔고, 그래도 그러려니 했는데..
어젯밤 드디어 남편이 2백 만원을 내밀었다. .
"뭐라고 하던가요? " "미안하다고 하지."
잊고 지낸 돈 2백만원을 보면서 신학기라 요긴하게 쓰게 되었다는 반가움과
이돈의 무게로 그 사람이 마음 편하게 살지 만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갚을 생각이 있었다면, 거짓말만 연속한다고 생각했던 그 때도,
갚을 마음은 있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던 겐지..
돌고 도는 돈, 돌아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돌아 왔다.
완전 포기한 부분이라 그런지.. 받았는데 좋지 만은 않은 이 기분은 뭔지..
안그런척 했지만, 그 동안 그사람을 많이 미워했던 것 같다.
그를 미워했던 타당성에 흡집이 생긴것처럼, 부끄럽고 옹색하게 까지 느껴지는 건 또 뭔지,
이 개운치 않은 앙금을 느끼는 내 모습이 우습고, 씁쓸하다.
고맙다는 생각, 미워한만큼 미안하다는 생각도 든다.
마음 빚으로 남은것 같은 이것을 못 받은 이자탕감용으로 상쇄시켜야 할것 같다.
아무래도 그래야 내 마음이 편할 것 같다.
오르막 같고 내리막 같은 인생, ,, 참 알수 없는 인생..
변절되지 않을 마음이 있다면,
오래 걸리더라도 언젠가는 상대가 알아줄 진실만가지고 산다면,
그 삶은 늦더라도 언젠가는 이해받을 수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