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Mong -킬리만자로 커피..

구름뜰 2010. 3. 5. 10:02

 

 

저녁약속이 있어 외출하는 기분은 짱이다. 

남편과 동행하는 외출이 잦긴 하지만, 명분 있는 약속에 혼자서 나서는 흥겨움은 말해 무엇하리...

특히 어젯밤처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밤이면 금상첨화다.

 

 

항상 있던 공간이 아닌 곳에 있다는 달뜬 기분, 짧은 시간이지만 일탈같은 기분을 가지게  되고,

함께한 사람들과의 자리에도 보이지 않은 흥겨운 파도가 일렁임을 느낀다.

 

어둠이 주는 것들.. 보이지 않는 것이 많다는 건, 그만큼 편안하기도 하고,

번거로움이 사라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대상이든 사물이든 눈앞의 것에 몰입하기 좋은, 밤에 누군가를 만난다는건

낮의 만남보다  더 운치있는 일이다.

 

 

어젯밤은 남자셋 여자셋이서 저녁약속이  있었다.

이런 자리가 불규칙적이긴 하지만 필요한 만남이라 분기별로 한번 정도 있을까 말까하는

매력적인 자리라 약간의 기대를 하고 나갔었다. 

 

 

세대가 비슷하고 하는 일이나 성향도 비슷해서

어떤 주제로 애기를 나누어도 소통의 반가움을 나눌수 있는 자리.

배울것도 많고, 들을 것도 많고, 나눌것도 많은 사람들과의 어울림은 

만나고 돌아와서 생각해도 두고두고 좋은 자리로 기억에 남는다. 

 

 

바빠서 자주 못 본 친구가  요즘 바리스타 과정을 배우고 있다며 커피를 준비해왔다.

대구까지 가서 전문가에게  1 ;1 로 배우고 있다는데..

전날 처음 맛본 커피맛에 홀딱 반했노라며  맛보이고 싶어 준비해 와 내려준 커피.

 

커피잔이 없어 물컵에다 만들어 낸 이 커피가  '킬리만자로' 다.

센스있고 감각있는 그녀는 이 커피맛을 처음 맛보았을때 '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이

생각나서 부제를 그렇게 붙였다고 했다. 

그녀의 표현을 빌자면 혀끝을 잡아 끄는 맛! 이라고..

 

 

첫키스를 떠올리며 어떤 맛일까 미각 촉각을 곤두세우고 맛 보았다!

잊어버린 걸까 생각이 가물가물한  첫키스,, 추억.. 아무래도 가물가물 나이탓인가..

처음도 중요하지만 기억속에 남은 키스가 더 의미 있다는 생각으로 전환,,  다시 음미해 보았다. .

 

입안을 잡아끄는 남는 이것이 미련인가. 

커피가 스쳐지나간 곳곳마다에 맛의 흔적이 남은 것 같은.. 기분.

목젓을 타고 넘어간, 그 아쉬움만 입안에 더 남는 것 같은..

커피가 금새 그리운...

그래서 다시 없는 맛이라고 생각했을까. 친구는.. ,

 

아이들도 다 컸을테고, 몇 년 뒤 오십이 되면 세계일주를 위해,  바리스타 과정을 배우는 친구,

유럽이든 어디든 세계여행을 무전으로 하다 돈이 똑 떨어지면 이 기술이라도 있어야

아르바이트가 가능할 것 같아서 배우고 있다는 친구.  

이런 자유로운 영혼을 넘어  자유로운 육체까지 꿈꾸는그녀를 보면서 나를 돌아보았다.

 

내가 오십이 되었을 때 이루고자 했던 꿈!은 그녀의 꿈과는 다르다. 

그녀가 오십에 꿈꾸는 것을 나는 그녀보다 몇 년 더 늦게 꿈꾸게 될 지는 모르지만,

실현가능한 내 꿈을 다시 점검해 본다.. 

오십이 되면 달라질지 그전에 진로가 변경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의 내 목표가 좋다.   

 

내게는 무리인것 같은 그 꿈을 그녀가 꼭 성취해 내라고 응원해 주고 싶다.

그녀의 꿈이 아름다운 것은 지금 그녀가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십의 나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