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온 손님!
잠에서 깨 거실로 먼저 나간 남편이 작은 탄성을 지른다.
반사적으로 '무슨일이지' 라는 생각과 동시에 나와보란 말에 몸이 먼저 반응한,
오늘 아침 풍경은 밤에 온 손님을 보는 기분이었다.
속초에는 토요일부터 눈이와 교통수단을 포기하고 걸어서 출퇴근한다는 얘기를 들으며
딴나라 얘기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어제만 해도..
금오산 정상은 잔설인지 은백으로 햇살속에서도 당당한 산의 위용이 의젖하고,
그 아래쪽 낮은 산들은 진초록으로 그리고 더 가까운 산은 선연한 초록으로
가까운 것과 먼 것, 높은 것과 낮은 것에 따라 이맘때면 층층히 산색이 다양하단걸
어제 눈이야기를 듣고 내다본 금오산의 풍경을 보고서야 알았다.
'구미에도 눈이 한번 올래나.'
내일은 열 일 제쳐두고 눈쌓인 금오산엘 한 번 올라가 볼꺼나. 이런 생각까지 했었다.
산에 관한한 생각만 하고 몸이 안따라 주는 경우가 더 많지만,
그래도 눈을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과,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런 내 심중을 어찌알고 반가운 손님이 내가 잠든사이에 온 것같다.
삼월에 눈이라니.. 아마 올해는 마지막 손님일것 같다.
두어 시간도 안되었는데 이글을 쓰다 보니 앞산의 눈은 흔적도 없다.
게을러 늦잠 잔 이라면 눈 온 줄은 전혀 짐작도 못할,
손님은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감쪽같다!ㅎㅎ
어제 노인병원에서 간병사는 나를 보며
"사진으로 찍어두고 싶었어요"라고 했다.
유동식만 호스로 공급받는 어머님이 얼마나 굵은 변을 봤는지. 신기했다고. ㅎㅎ
증거도 되고,, 추억도 되고, 함께있지 않았어도 그 순간을 공감할수 있는 장르,
사물의 모습을 남기는 것 같지만, 실상은 나를 남기는 일이고, 나만의 것을 만들어 내는 창조영역.
사진밖에 남는 게 없다는 말은 괜한 말이 아니다.
내게 와 닿는 순간들을 남기기에는 사진만큼 쉽고 편한 장르가 또 있을까.
사진의 매력도 사람의 매력처럼 무궁무진하다. 그래서 좋다.
셔터를 통해 뷰 파인더를 통해 또 다른 나를 발견해내는 작업.
아주 조금 느껴봤지만 공감은 백프로 갔던 사진작가 김중만은 이렇게 말했다.
사진 그 자체가 삶의 의미이고 셔터를 누르는 매순간 지치지 않은 열정이 새롭게 생긴다.
그리고 단 한명이라도 자신의 작품에 공감해 준다면 그것이 행복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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