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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대구대교구청 내에 위치한 성모당은 한국 천주교회의 대표 성지다. 성모당은 순례자들에게 로마 성모대성당 순례 때와 동일한 전대사 은총이 주어진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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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당에서 기도를 하면 마음이 너무 편안해집니다. 마음의 고통과 슬픔도 성모당 앞에만 서면 눈 녹듯 사라지네요. 성모님께 잘못을 청하고, 그 벌을 씻기 위해 자주 성모당을 찾아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모처럼 봄햇살이 따스했던 4월 둘째주가 시작되는 날 오후, 천주교 대구대교구청 내 성모당에서 만난 신자들은 마음 속 평온과 기쁨, 그리고 슬픔을 성모님과 함께 하고 있었다. 조용히 서서 기도를 하는 신자, 무릎을 꿇은 채 두 팔을 높이 치켜들고 묵주기도를 하는 신자, 아이에서 학생, 그리고 노인에 이르기까지 나이와 기도 모습은 다르지만 성모님을 향한 기도의 간절함과 엄숙함은 한뜻이었다.
성모당은 1년 365일 순례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대구대교구에 많은 성지들이 있지만 우선 떠오른 곳이 바로 성모당이다. 또한 성모당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가톨릭 순례지로 교구민들뿐만 아니라 국내 가톨릭 신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성지 중 한 곳이다. 정기적으로 각종 신심행사가 열리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묵주기도와 미사, 교구청 내 성직자 묘지 방문 등의 오전 순례미사가 진행되고 있다.
성모당은 1981년 당시 데레사 수녀가 다녀갔고 1984년 선교 200주년 대구 행사를 위해 방한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교구 내 성직자, 수도자들과 함께 성모님께 기도를 바치고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또 성모당은 사적지(대구시 유형문화재 29호)로 일반인들도 자주 방문하는 대구의 명소이기도 하다.
성모당은 지난해 큰 경사가 있었다. 로마의 성모대성당과 영적 유대를 맺으면서 성모당을 찾는 순례객들에게 전대사 은총이 주어진 것이다. 전대사 은총은 신자들이 지은 죄에 대한 벌을 사해 주는 것을 말한다.
신자들은 특별 전대사 지정일인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1월1일),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축일(2월11일), 주님 탄생 예고 축일(3월25일), 성모대성전 주보 축일(8월5일), 성모 승천 대축일(8월15일), 성모당 봉헌 축일(10월13일), 동정 마리아 대축일(12월8일), 또는 한 해에 한 번 신자가 자유롭게 선택한 날, 신심을 지니고 여럿이 성모당을 순례하면 로마 성모대성당 순례 때와 동일한 전대사 특전을 얻을 수 있고, 은총은 영구히 유효하다.
성모당은 2년 전 봉헌 90주년을 맞았다. 2011년 교구 설정 100주년을 앞둔 대구대교구의 역사는 성모당의 90년 세월과 함께 해 왔다. 1911년 6월 신설 남방교구의 첫 주교로 대구에 부임한 안세화 주교는 성모님께 모든 것을 의탁하기로 결심하고 교구 내 가장 아름다운 곳에 성모당을 건립키로 했다. 오랜 신심 끝에 안 주교는 1917년 성모동굴 공사를 시작해 이듬해 성모 승천 대축일인 8월15일 공사를 마쳤고 10월13일 드디어 성모당을 축성했다.
성모당은 프랑스 피레네 산맥 북쪽 기슭 갸브 강가에 있는 루르드의 성모동굴과 크기는 물론 바위 모양까지 비슷하다. 내부는 암굴처럼 꾸며졌고 성모당을 바라보며 오른쪽 상단에 성모상을 모셨다. 성모상은 루르드의 성모님처럼 머리에는 흰 수건을 썼고 손은 합장하고 팔에는 은알의 묵주가 올려져 있다. 벗은 양발 위에는 금해당화가 피어 있다.
대구대교구는 교구 설정 100주년을 준비하기 위한 기도영성운동의 하나로 13일부터 2011년 5월6일까지 교구 내 각 성당들을 대상으로 성모당 순례미사를 봉헌한다. 성모당 담당 사제인 서준홍 신부는 "교구 설정 100주년을 차질 없이 준비할 수 있도록 성모당에 대한 신자들의 더 많은 관심이 절실하다"며 "앞으로 순례 전문 봉사자 양성 등 다양한 영성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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