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좋은 아침.. 좋은 날..

구름뜰 2010. 4. 14. 09:08

 

 

   "어젯밤에 태어난 건강한 순둥이 현서입니다. 이쁘죠?"

  오늘 아침 조카에게서 날아온 문자다. '강보에 싸인'이 아니라 수건에 돌돌 말려서 얼굴만 빨간 신생아 사진이 함께 왔다. 얼마나 좋은 세월을 살고 있는지.. 첫애가 딸이어서 좋아했는데 유독 아들을 원하는 시아버지 때문에 은근 기다리더니 득남이라니, 조카부부가 원을 푼 것 같아서 내 일처럼 기쁘다.

 

 조카는 남녀공학인 고등학교에서 만난 첫사랑과 결혼했다.  둘을  고등학생 때부터 봐 왔지만, 처음봤던 그 모습 그대로 한결같이, 지금도 그렇게 풋풋하게 서로를 향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사랑의 승리 내지는 둘의 인간승리라는 생각이 든다.

 

  둘은 공부를 하기위해 조카가 한국을 떠나 있는 동안도 더욱더 곤고히 사랑을 지키고 키워나갔다. 동시통역사로 번역일까지 지금은 의엿하게 자기 영역을 찾은 조카를 보면 내가 봐도 자랑스러운데 그 남편이 봤을땐 또 얼마나 사랑스러울까. 그 남편의 외조도 일조했음으로 더 아름답다. 둘이서 지켜왔던 사랑이 결실을 맺던 날, 주책스럽게도 내가 감동의 눈물이 흘렸었다. 아름다워서 였다.

 

 좋은 아침이다. 우리 살아가는 날들은 이런 크고 작은 일들의 연속이다. 생활의 발견처럼 소소한 일상들이 개인의 역사가 되기도 하고 가족의 역사 집안의 역사가 된다. 침상에서 피곤한 몸 일텐데도 기쁨에 가득찬 조카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작은 감동이 일었다. 봄날 이렇게 좋은 계절에 태어난 현서의 탄생을 맘껏 축하하며 오늘 아침을 맞는다. 참 좋은 날이다. 

 

  중간고사를 앞두고 공부는 엉덩이로 한다는 말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그동안 아이들이 공부하느라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제대로 체험하는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만 하다가 해야 하는것들앞에서 담담해지는 나를 보면서 역시 소질문제! 라는 생각도 한다.... 집에서도 혼자라 작정하면 할 수 있는데 컴퓨터며 티브이 탓하며  며칠을 도서관엘 다녔다. 

 

 오전에는 그럭저럭 해 내지만 점심이후에는 졸음이 바로 뒤 따른다. 그리고 서너시쯤 능률이 떨어진다 싶으면 속으로 합리화시킨다. 몸도 반응이 온다.. 이럴거면  집에가서 하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뒤틀리는 몸속에서부터 우러나오기 시작한다. ㅎㅎ  '에이, 집에가서 열공하면 되지' 하고는 가방을 싼다.  오면 역시나 올 때 맘 다르고 와서 맘 다르다. 이 아침에도 이래저래 고민을 하고 있다.  가나 오나 내 능력의 한계만 발견하는 일임은 틀림없으니..  통재라 애재지만 그래도 지금의 버거운 삶이 나는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