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시... 오광운
送靈巖使君鄭來仲
영암 태수가 되어 지방으로 가는 정내주를 보내며 - 오광운
肺肺庭前柳。折之花如雪。
뜰 앞에 무성한 버드나무는
꺾인 꽃이 희기가 눈 같은데
(이별의 징표로 주는 버들가지를 너무 많이 꺾어서 이렇게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朝贈太守別。暮贈太守別。
아침에 태수와 이별할 때 선물로 주고
저녁에 태수와 이별할 때 선물로 주네
(아침에 이별을 시작해서 저녁까지 헤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별을 한다고 아침에 만나 버들가지를 주었지만 저녁까지 보내지를 못하고
계속해서 버드나무만 꺽어주고 있는 것이지요. 이런 기막한 표현이라니.. . )
柳禿已無枝。繼以芳蘭折。
버들은 민둥이 되어 벌써 가지가 없으니
꽃핀 난초를 꺾어서 버들을 대신하도다
(뜰앞의 버들가지를 다 꺽어서 버드나무는 민둥이(민머리)가 되었으니,
이제는 꽃이 핀 난초를 대신해서 꺽어준다는 얘기 입니다. )
柳枝猶易衰。蘭香竟不滅。
버들가지는 오히려 쉽게 쇠하여 시들지만
난초의 향기는 끝내 사라지지 않는다네
(여기서 버드나무 가지는 쉽게 쇠한다고 했지만, 어떤 나무보다 생명력 강한것이 버드나무 라고 합니다.
시들어도 가지를 땅에 꽂으면 다시 살아난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여기서는 난초의 향을 그것 이상으로 표현한 것 같습니다.)
오언 율시五言律詩류 몇 편을 보다가 이별시로 기막힌 이 시를 접하여 올려 봅니다.
이 시는 영암이라는 먼 지방으로 가는 친구 정내주를 보내면서 오광운이 지어서 준
17세기쯤에 쓴 작품이라고 합니다.
글속에 벗을 보내는 마음이 어떠한지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이런 시를 받은 영암태수의 마음은 어땠을지!
뜰앞에 하늘거리는 버드나무와 난초에다 詩心을 담아
아침부터 저녁까지 보내고 싶지 않은 그 애틋함을
꺽고 꺽어 뜰앞에 나무가 민머리가 되었다는 부분은 압권입니다.
이별의 정한이 아름답게 묘사된 이 시를 보면서
캬아 ~ 탄성이 절로 납니다.
이런 명문장을 보니,.우리 정서의 가장 숭고한 표현은 詩가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시편詩篇이나 시경詩經이 괜히 있는게 아니겠지요..
詩 한편에다 마음心을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는 능력,,
부러워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