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등목같은 찬물샤워 .. ..

구름뜰 2010. 7. 20. 17:23

 

 

초복도 지났고 본격적으로 더위가 시작되는 것 같다. 

오늘 같은 날 땡볕에서 일하는 분들은 정말 힘든 하루를 보낼 것 같다.

같은 더위라도 아이스크림 장수라면 신나겠다.

누군가에겐 신나는 날이, 누군가에겐 지옥같은 날이 될 수도 있는 것.

내 환경과는  다른 환경을 이해하기란 그래서 쉽지 않은 일인지 모른다.

내 상황에만 본능적인 것이 우리들 대부분의 모습이므로...  

 

더울수록 따뜻한 물 샤워가 좋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오랫만에 대청소를 끝내고 찬물 샤워를 했다

처음 샤워기 물세례가 몸에 닿았을 땐 오싹 할 정도로 시원했는데 

물이 미끄러져 갈수록 미지근해지는 느낌이란,, 종아리 발목쯤에선

스피드하게 온수로 변해가고 있음이 느껴졌다.  ㅎㅎ 너무 예민한 건가..

이런 더위에는 미리 받아 두었다가 바가지로 퍼붓는 재래식 샤워 방법이 더 나은 것 같다.

한 바가지 끼얹으면 오싹과 함께 후렴처럼  진저리까지.. .ㅎㅎ

 

어릴적 시골에 살 때  들 일 끝내고 들어 오신 아버지 등목을 엄마는 꼭 해 드렸는데. 

필수 요건은 금방 길어올린 펌퍼물이었다.

미끄럼틀 같은 아버지 등에다 한바가지를 들이 부으면 어김없이 "오우우" 하는 괴성과 함께

진저리 치는 아버지를 구경할 수 있었는데 그 감탄사가 더위가 물러가는 소리였던 것 같다. 

등목은 남자들만 누리는 특권이었고, 여자들은 대개  달밤에 시냇가에 어울려 나가 목욕을 했다.

엄마를 따라서 냇가에 몇 번 간 기억이 있는 데 달이 밝지 않은 날에도  

유독 피부가 희었던  친구 엄마는 금방 알아 봤던 기억이 있다.   

여인네들의 목욕은 언제나 단체여서 몰래 훔쳐보는 것은 불가능했겠지만

풀섶에 숨어 봤더라도 체면 있는 어른들은 아니었을 것 같고, 

장가 못 간 동네 총각들이나 그런 짓을 하지 않았을까.. 뭐 그런 생각도 든다. ㅎㅎ

전설의 고향 같은 것을 너무 봐서 이런 생각이 드는 건지 모르겠다.ㅎㅎ

 

샤워가 편리한 주택 구조지만, 받아 놓은 물이 더 시원한 때다.

가족을 위해 목욕물을 받아 두었다가 샤워전에 얼음 한 두 조각 띄워주면  어떨까. 

운 좋으면 더위 물러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ㅎㅎ

찬물샤워와 수박 한 조각으로 속까지 시원하게  달랜다면

이깟 더위 물리치는 데는  부족함이 없지 않을까.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