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내 일상!
말복 전 날 시골집 같은 전원식당에 놀러 갔다가 장독대 앞쪽에 놓인 항아리에서
한가득 탐스럽게 자라고 있는 수련같이 생긴 수생식물을 한줄기 얻어왔다.
물만 있으면 잘 자랄 것이라는 기대로 물배추와 달팽이를 키우는 베란다 항아리에 합류시켰다.
항아리속에 넣으며 잘 번식하면 이참에 물배추는 거두어 낼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물 위로 떠는 잎이 얇고 매끈한데다 꽃도 핀다고 해서
꽃없는 물배추 보다 더 애착이 더 갔다.
다음날 아침, 노란 꽃 두송이가 꽃대를 힘껏 올리고 활짝 피어 있었다.
전날 데려 올때는 꽃봉오리는 흔적도 없었던 것 같은데,
'밤새 안녕'하며 피워낸 모습을 보는 반가움이라니..
사진도 찍고 <꽃피어라 내 사랑아> 라는 시도 붙여보고
꽃피기를 석달 열흘쯤은 기다린 이 처럼 혼자서 호들갑을 떨었다.
나만 즐기는 것들은 대체로 이런 것들이어서 말하지 않으면 곁에 있는 남편도 눈치재지 못한다.
부부라도 무조건 코드가 잘 맞는 건 아니므로, 굳이 말하지 않아도 혼자서 즐기는 내밀한 기쁨도 있다.
같이 나누고 싶어 말했다가 가끔 한심해! 할때도 있으므로 자제가 필요한 부분도 있고 ㅎㅎ.
시큰둥하든 말든 강요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건 나대로 즐기는 편이다..
그렇게 님 만난것처럼, 꽃피운 사랑처럼 좋아 했건만 저녁때가 되기도 전에 세상 미련 없단 둣
사정 없이 수면위로 벌렁드러눕더니 꽃대와 꽃의 흔적만 남긴채 다음날은 잠수해 버렸다.
화무 십일홍이 아니라 화무 한나절 정도랄까.
아쉬웠지만 그래도 사랑했으므로 행복하였네라 처럼,
꽃이어서 아름다웠고, 피워주어서 고마운 날이었다.
우리집에 온지 닷새만인가.. 오늘아침에는 또 이렇게 꽃봉오리로 나를 기다리는 반가움 이라니.
아침밥도 하기전에 카메라부터 들이대도록 만드는 이 아름다운 꽃봉오리 시절을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어제 푸른 봉오리가 느껴지긴 했는데 밤새 꽃대를 바짝 세운 요 직립에너지는 어디메서 솟아나는지..누웠다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하룻밤사이에 6~7센티 미터는 자란것 같다.
요 며칠 간헐적으로 내리던 비가 멈출때마다 앞 동산에선 노래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처음엔 한 두 마리가 노래를 하나 싶은가하면 순식간에 신호탄 삼아 동시다발로 터져나오는
야단 법석의 풀벌레소리, 일제히 쳐들어 올듯한 기세로 합창을 한다.
그나마 정말 정말 다행인건 시작도 있고 클라이막스도 있고 중요한 건 쉼표가 있다는 것이다. ㅎㅎ
지휘자가 있는 것도 아닐터인데 반드시 한 곡 하고 나면 쉰다.. ㅎㅎ
쉼표가 없다면 나도 아마도 이 소리가 좋지만은 않을 것 같다!
오케스트라 연주만큼 웅장하거나 아름답진 않지만, 자연의 소리라서 그런지 부담은 없다.
이 잔치가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음악도 필요없는 환경을 만들었다.
실로 음악을 틀었다간 불협화음이 될 수 밖에 없도록 내 공간을 점령해 버린 것이다.
이 맘때만 즐길 수 있는 소리여서 반주삼고 배경삼아 독서삼매에도 빠져보는 날들이다.숙제 없는 방학, 아니 방학숙제를 다한 기분으로 보내는 날들이다.
나를 위해 핀것도 아니고, 나를 위해 우는것도 아니고 나만 듣는 것도 아니겠지만
내가 저들 때문에 더 소소한 기쁨을 누리는 것은
내가 사랑하는 내 일상 덕분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