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며느리밑씻개

구름뜰 2010. 8. 29. 09:16

 

 

며느리 밑씻개.

이름이 좀 숭칙하다구? 너를 연상한 이 풀꽃의 이름이 좀 고상했으면 좋으련만, 어쩌겠나?

우리 조상님들이 그렇게 붙인 걸, 내가 가지고 있는 도감의 설명만으론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도무지 헤아릴 길이 없다.

도감을 들춰보면 며느리자 붙는 풀 이름이 이것 말고도 세 가지나 더 있더구나

며느리 배꼽, 며느리주머니, 며느리밥풀,

그런데 아무리 뒤져 보아도 시어머니 자 붙은 풀 이름이 없는 거야.

 

이는 필시 시어미나 시어미에게 동조하는 사람들이 붙인 이름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통적으로 시어미와 며느리 사이의 불편한 관계가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낸 것처럼,

이 꽃도 그 모양을 잘 살펴보면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그 이유를 짐작할 만도 하다.

 

즉 하루는 시어미가 밭을 메다가 갑자기 뒤가 마려워 밭두렁 근처에 주저앉아 일을 보았겠다

을 마치고 뒷마무리를 하려고 옆에 뻗어 나 있는 애호박잎을 덥석 잡아 뜯었는데,

아얏! 하고 따가워서 손을 펴 보니 이와 같이 생긴 놈이 호박잎과 함께 잡힌 게야.

뒤처리를 다끝낸 시어미가 속으로 꿍얼거리며 하는 말이

 

"저놈의 풀이 꼴 보기 싫은 며느리년 똥 눌 때에나 걸려들지 하필이면,....,""

해서 며느리 밑씻개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이야기가

경상북도 안동군 풍산읍 상리에서 전해 내려오고 있다네 그려.

황대권 야생초 편지 - 중에서

 

 

그저께 연꽃밭에 갔다가 눈에 띈 며느리밑씻개.

어릴적 잎을 따먹으면 시금시금한 맛이 났던 기억이 있는풀이다. 읻

이 풀만 보면 황대권선생님의 글이 생각나 피식 웃음이 나는 풀이기도 하다.

배고플 때 따먹는 풀이었었는데,

생님의 책을 읽고나서는 그 시어미의 정서가 생각나는 풀이 되었다

 

세월이 많이 흘러서 이제는 ''시어미밑씻개'로 해도 될 만큼

정서가 달라진게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든다.

어쨌거나 어원 하나로도 그 시절사람들의 애환을 엿볼 수 있으니..

 

이름! 대체로 나쁜 이름 없고, 

평생 불려지는 것이니 그 이름에 어울리는 사람이라면,

어떤 사람이든 그것만으로도 반 이상은 성공한 삶이 아닐까 싶다.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살아가기!

쉬울까..

쉬운 이름은 아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