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문장들
구름뜰
2010. 8. 31. 08:55
당신은 어떻게
관악산이 웃는다고 쓰고
가지가 찢어지게 달이 밝다고 쓸 수 있었나요
개미의 행렬을 지켜보면서
인생은 덧없다고 쓸 수 있었나요
음악은 고통 받는 영혼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쓸 수 있었나요
당신은 또 어떻게
나무에는 강렬한 향기가 난다고 쓰고
꽃이 구름처럼 피었다고 쓸 수 있었나요
삶을 그물이라고 쓰고
환상이 삶을 대신할 수 없다고 쓸 수 있었나요
당신은 다시 어떻게
환상도 사실이라고 쓰고
가난도 때로는 운치가 있다고 쓸 수 있었나요
자기 자신이 인도하는 길을 가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없다고 쓰고
당신의 의지가 당신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고 쓸 수 있었나요
당신의 문장들에 많은 빚을 졌다고
나는 쓸 수밖에 없습니다
-천양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