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네리를 어디로 줄까요?"
금녀(禁女)의 구역이 아닌줄은 알지만 이 나이 먹도록 한번도 가 보지 않았던 당구장엘 갔었다
영화같은 곳에서 보면 담배 연기 자욱하고 힘께나 쓰는 사람들의 아지트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이어서 호감 공간도 아니고 궁금하지도 않았는데 토요일 저녁에
세 부부가 당구 게임을 하러 가게 되었다.
마침 손님이 없어서 열없이 어쩔까하는 마음을 떨칠 수가 있어서 좋았다...
부부가 각 한팀으로 6명이 남녀 남녀 번갈아가며 쳤는데.
아내 순번이 올 때마다 남편들이 코치 역할을 했다.
감각도 없거니와 공도 당구채도 '이것이 어디에 쓰이는 물건인고' 싶을 정도로
생전 처음 잡는 물건이고 보니 정말 예상치 못한 게임이 되었다.
아무리 처음이기로 서니 이렇게 못칠수가 있나 싶도록
무감각 샷의 진수를 보여주는 아내들을 두고 남편들은,
"아, 이래서 여자들 운동신경이 둔하다고 하는구나"
"와! 이렇게 다를수가....."
바로 코앞의 것 하나도 쉽지 않은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남편의 응원과 함께
자기 차례에서는 최선을 다하며 섹시한 포즈까지 선사하는...
어쨋거나 승부욕에 불타는 부부팀끼리의 경기이고 보니
재밌지 않을수가 없는 상황 아내들이 칠 때마다 박장대소 폭소작렬이었다.
폼이야 어슬프지만 차례 때마다 남편들이 뒤로 바짝 붙었는데
연애 기간이라면 필이 통했을 재밌고 짜릿했을 포즈들도 많이 나왔다. ㅎㅎ
칠 때마다 남편의 에스코트를 바라는 아내의 멘트.
"히네리를 어디로 줄까요?" 주란다고 주어질까마는... ㅎㅎ
또 게임이 끝나도록 룰을 이해 못한 것 같은 아내 역시
"자기야 이쪽으로 쑤실까.. 아니면 ?"
"누가 쑤시래 뭘 쑤셔.. 쑤지지 말고 . 밀어라 . 밀어... ."ㅎㅎ
마지막 한 점을 남겨둔 상황에서는 여성들만 쳐서 맞추기로 했고,
마무리 샷(3면을 맞혀서 쳐야하는)은 남편들이 치는 걸로 했다.
룰도 모르고 칠 때마다 어느 공이 내 공인지 알으켜 주어야 하고,,어디로 어떻게.. .
왼손은 어떻게 오른손은 어떻게 모든게 서툰 상황이었지만 정말 재밌었다..
얼마나 웃었는지 포복절도라면 심할까.. 한주간의 스트레스는 통째로 날려 버렸다.. ..
할 줄 몰라도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단 것을 당구게임을 하면서 체득했다면
쳐보지 못한 분들은 공감할 수 있을까...
처음 당구장 가자고 할 때는 남편들끼리만 가라고 했는데 막상 한게임하고 보니
여성동지들이 '한게임 더하자'는 말까지 나왔다.
무엇이든 함께 해 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