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담쟁이 - 도종환

구름뜰 2010. 11. 4. 20:20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은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