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아느냐, 애인아

구름뜰 2010. 11. 22. 08:28

 

 

 

 


산다는 것은
성긴 올을 날실 씨실로 엮는
한 폭의 모시적삼같은거라며
수묵화로 채워지는 화선지같은거라며
기다림이 걸리던 옷장에는
귀환을 꿈꾸는 홀씨
외눈의 포자만 무성한데
세상이
한 잔의 고운 포도주로 넘칠 수만 있다면
가슴에 거짓말을 품지 않아도 좋을 텐데
넉넉한 사랑으로 채울 수 있다면
가을은 온통
가을 아닌 것이 없을 텐데
익숙하지 않은 하늘
아직 끝내지 못한 숙제
오오, 마른 입술 열며
그리움은 제 이름으로 저기 오고
아느냐 애인아
가을엔 온통 너의 이름뿐이던 것을
보느냐 애인아
사랑을 가늠하는 내 젖은 세월을
투정하듯 걸어둔
저 나부끼는.

 

--양현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