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의 선물
"엄마, 올 해 산타는 어떤 선물을 준비 했을까~요?"
스무살을 훌쩍 넘긴 아들의 전화 입니다.
그 은유적 표현과 속내가 짐작이 되어서 웃음이 납니다.
"글쎄, 함 기다려 보렴......"
코끝이 찡하도록 추운 이브날 다시 산타가 필요한 녀석덕분에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어릴적 교회를 다녔는데 이맘때면 정말 설레는 날들을 보냈습니다.
시골예배당! 대문 위로는 아치형의 대형 장식물이 만들어졌고,
예배당 양쪽으로 정원수들 또한 년중 가장 아름다운 장식물들을 달았지요.
어둠 뿐이던 시골 밤이 츄리 덕분에 환상적인 공간으로 재탄생했지요.
동화속 이야기 같습니다..
예수탄생과 관련한 연극으로 동방박사 역할을 했던 기억도 있고,
합창을 준비하던일, 풍금소리 울려퍼지던 예배당 풍경과,
크리스마스 날밤, 남녀노소 신도들 다 모인 자리에서 발표하던 일.
성탄 새벽송을 가기위해 꼴딱 새던 밤까지.
새벽송에서 받아온 과자로 크리스마스 날 늦은 밤까지 파티를 벌였던 일까지..
이맘때는 언제나 흥겹고 신나게 보냈는데 아련한 걸 보니 한 동안 잊고 지냈습니다.
우리집 츄리를 만들어 본지도 몇 년이 지났습니다.
산타 존재가 발각 된지는 더 오래전이라 가물가물.
녀석들 초등학교 때까지는 준비 했었는데 전구 플러그를 꽂았다 뺐다 좋아하던 모습들,,
산타가 다녀간 크리스마스 날 아침은 그중 하이라이트 였지요.
이브날 늦게까지 놀던 아이들을 재우고, 아이들이 잠들자 마자 산타는 다녀가고,
다음날 우리보다 일찍 일어나 츄리아래서 제 이름자 선물을 확인하고 달려오던 일...
그러다 어느해 작은아이가 ..
"엄마, 산타는 왜 내복만 선물하는 거야?"
실용성 밖에 몰랐던 우리집 산타는 그 이후로 절대로 내복선물은 하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도 참 멋없는 산타였습니다.
학업 때문에 떨어져 지내는 다 큰 녀석이 산타를 원하니
오늘이 가기전에 아무래도 자동이체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소통은, 몇 년 동안 오지 않아도 되던 산타에게 자동이체까지 가능하게 합니다.
기분이 좋습니다.
큰 아이는 산타 덕분에 이번 크리스마스는 더 행복하겠지요.
크리스마스엔 산타 선물이 최고니까.... ㅎㅎ
어떤일에서든 내가 사랑하는 그에게 의심없이 열린 가능성으로 다가서면,
그도 내게로 오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