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눈사람

구름뜰 2010. 12. 29. 08:38

 

녹으면 그만이라서  

녹지 않을 나에 대해  

당신은 고민하지 않았나 봅니다..

 

나는 그대로 이고,

당신은 가야 하는데

어쩌지 못하고 당신의

문밖에다 나를 세우셨지요.

 

가슴이 따뜻할수록

들 수도 없는 경계만 확실해지고

당신의 문밖에서 

나의 경계를 깨닫습니다.

 

추억 때문에

당신이 만들어 준 

빠알간 가슴때문에

 

그리워하면 안되는 나는 

녹지도 못한 채 

당신의 문밖에서

문지기 인양 서 있습니다.

 

**지인 집에 놀러 갔다가 꼬마 눈사람을 보았습니다.

열다섯 딸아이가 눈사람을 만들때 꼈던 빨간 장갑을 깔아놓고,

그 위에다 꼬마 눈사람을 올려 놓았더군요.

차마 들일 수 없어 문밖에다 둔 모습,

소녀의 마음도 이쁘고, 문밖에 선 눈사람도 짠해서 

몇자 적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