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세모(歲暮)

구름뜰 2010. 12. 30. 20:56

한 해가 저문다

파도 같은 날들이 철썩이며 지나갔다.

지금, 또 누가

남은 하루마저 밀어내고 있다.

 

가고픈 곳 가지 못했고,

보고픈 사람 끝내 만나지 못했다

생활이란 게 그렇다

다만, 밥물처럼 끓어 넘치는 그리움이 있다

 

막 돋아난 초저녁별에 묻는다

왜 평화는 상처와 고통을 거쳐서야 이윽고

깨문 입술, 아쉬움처럼 오는지를......

 

지금은 세상 바람이 별에 가 닿는 시간

초승달이 먼저 눈 떠, 그걸 가만히 지켜본다.

--엄원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