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먼곳에의 그리움

구름뜰 2011. 1. 20. 22:26

 

 

그것이 헛된 일임을 안다.

그러나 동경과 기대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무너져 버린 뒤에도 그리움은 슬픈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나는 새해가 올 때마다 기도드린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게 해 달라고……. 

어떤 엄청난 일, 무시무시하도록 나를 압도시키는 일, 매혹하는 일,

한마디로 '기적'이 일어날 것을 나는 기대하고 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모험 끝에는 허망이,

여행 끝에는 피곤만이 기다리고 있는 줄은 잘 안다.

 

그리움과 먼 곳으로 훌훌 떠나 버리고 싶은 갈망,

바하만의 시구(詩句)처럼 '식탁을 털고 나부끼는 머리를 하고'

아무 곳이나 떠나고 싶은 것이다.

 

먼 곳에의 그리움(Fernweh)!

모르는 얼굴과 마음과 언어 사이에서 혼자이고 싶은 마음!

텅빈 위(胃)와 향수를 안고 돌로 포장된 음습한 길을 거닐고 싶은 욕망,

아무튼 낯익은 곳이 아닌 다른 곳,

모르는 곳에 존재하고 싶은 욕구가 항상 나에게는 있다. 

 

포장마차를 타고 일생을 전전하고 사는 집시의 생활이

나에게는 가끔 이상적인 것으로 생각된다.

노래와 모닥불가의 춤과 사랑과 점치는 일로 보내는 짧은 생활, 짧은 생.

내 혈관 속에서 어쩌면 집시의 피가 한 방울 섞여 있을지도 모른다고

자 공상해 보고 웃기도 한다.

 

내 영혼에 언제나 고여 있는 이 그리움의 샘을

올해는 몇 개월 아니, 몇 주일 동안만이라도 채우고 싶다.

너무나 막연한 설계-아니 오히려 '반설계(反設計)'라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플팬은 그것이 미래의 불확실한 신비에 속해 있을 때만 찬란한 것이 아닐까?

이루어짐 같은 게 무슨 상관 있으리요?

동경의 지속 속에서 나는 내 생명의 연소를 보고

그 불길이 타오르는 순간만으로 메워진 삶을 내년에도 설계하려는 것이다.

 

아름다운 꿈을 꿀 수 있는 특권이야말로

언제나 새해가 우리에게 주는 아마 유일한 선물이 아닌가

나는 생각해 본다.

--전혜린

 

 

**무언가를 이루어내기 전,

설렘과 기대감이 충만한 그때가  

더 아름다운 과정 아닐까.  

소풍가기 전날 밤이 더 좋고, 

머리맡에 설빔을 두고 잠들어야 하는 그밤이 더 아름답고

여행을 계획하고 기다리는 날들이 더 즐거운것처럼,

기다리고 준비하는 자체가 더 큰 행복인지도 모른다. .

 

무엇에 다다랐을때 그 다다름에서 오는 쾌락은 순간이다.  

또 다른 갈망이, 채워야할 갈망임을 확인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아흔아홉석 가진 이가 백석채우고 싶은 마음처럼,

그것이 우리의 본성인지도 모른다.

 

일상에서 불가능한 것 들,

갈 수 없는곳 닿을 수 없는 곳이어서 ..

사람들은 더 동경하는지 모른다.. 

이루어질수 없는 사랑을 동경하고,

드라마에 열광하고, 영화에 열광하는 것도 그런 맥락 아닐까.

 

현실 밖의 것을 꿈꾸는 것, 

재하지 않은 그곳이 그리운 것은 

수많은 관계망속에 실재하는 내가

내 안으로  밖을 꿈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일 것이다.

동경의 지속! 꿈꾸는 것만으로 의미있음을

작가는 이야기 하고 있는 것 아닐까.

 

이루어짐 같은 게 무슨상관 있으리오?

동경의 지속 속에서 나는 내 생명의 연소를 보고

그 불길이 타오르는 순간만으로 메워진 삶을 내년에도 설계하려는 것이다.

아름다운 꿈을 꿀 수 있는 특권이야말로

언제나 새해가 우리에게 주는 아마 유일한 선물이 아닌가

 

순간 순간 지속을 꿈꾸는 작가의 상상력이 

찬란한 환상일지라도 아름답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