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탕 & 무 이야기
지난 12월 초에 수확한 무가 너무 많아서 밭에다
무 구덩이를 만들어 파 묻어 두었었다.
그리고 지난 주말 근 달포만에 지인들과 밭에 무를 캐러 갔었다.
신기하게도 수확하던 날 맛 봤던 무맛 그대로였다.
땅속 1미터 가량을 파서 무를 묻고 짚으로 덮고
나무 가지에 마대자루로 덮고 까만 비닐덮개까지
비나 눈이 와도 끄떡없고, 바람들지 않도록 안전 장치!를 충분히 하고
그위로는 봉분처럼 흙을 수북히 덮어 두었었다.
멀리서 보면 밭에 무덤하나 생긴듯한 모양새 였는데
효과가 있었다.
흙의 힘이랄까.
자연의 힘이랄까.
김치냉장고니 뭐니 해도 땅에 묻어 익은 김치맛을 흉내낼 수 없듯이.
자연이 만들어 내는 맛을 어찌 흉내낼 수 있으랴..
무밭에 다녀온 뒤로는
무만으로 지내는 날들같다.ㅎㅎ
싱싱한 무맛을 즐기기 위해서 당장에
무깍두기를 큰것 작은것 두죵류로 넉넉히 담아두었다..
김장을 엄청 많이 하는 지인이 밭의 배추 소출로는 부족했던지
김장하는 김에 배추를 몇 포기 사서 함께 김장을 했다고 한다.
한데 김치맛이 똑같은 양념임에도 우리가 농사지은 배추맛과는 천지차이라며
그전엔 몰랐던 배추맛을 제대로 느끼는 날들이라고 했다.
아마도 내년에도 농사를 지을것 같다.
이맛을 못잊어서 이기도 할 것 같고..
무엇보다 땅을 일구면서 느끼고 나눴던
좋은 마음들을 다시 경험하고 싶기도 하다.
`각설하고,
오늘 저녁 메인 요리는 생태탕인데 무 얘기가 길었습니다.ㅎㅎ.
지독한 겨울나기 하느라 저녁무렵이면 어깨가 욱신할 정도로
추위때문에 더 고단한 날들이지요.^^
맛난 생태탕 끓여 귀가하는 가족을 반기면 어떨까요.
생태 두마리가 토막도 쳐지지 않은채 통채로 제게로 왔습니다.ㅎㅎ
아가씨때 였다면 대략난감!이겠지만,
아줌마가 되고나서 아니 엄마가 되고나서 가장 많이 달라진것은
가족이 좋아하면 못하는 것이 없어진다는 겁니다. ㅎㅎ
식구들을 위해서라면 못먹어도 고!인셈이지요..ㅋㅋ
그래서 엄마는 강하다는 말이 생겼겠지요.
멸치육수에 무를 두껍게 썰지 않아 고추장 풀고 생태와 함께 끓여 봤습니다.
무 굵기에 따라서 애벌 익히고 생태를 넣어도 되겠구요.
채소류는 양파, 대파, 배추잎이 있어서 큰 것 두장 넣었습니다.
간은 소금과 간장간이 좋은데 저는 어간장이 있어서 생선요리 할때마다 단골로 씁니다.
경상도 쪽이라 얼큰이를 좋아해서 고춧가루를 조금 더 넣었습니다.
미더덕이 있다면 금상첨화겠지요.
마늘다진것 듬뿍 넣어주면 좋겠구요.
생태라서 시원한 맛이 절로 납니다.
한소끔 끓으면 야채 넣어주고
한소끔 더 끓여주면 끝이겠지요.
냄비채로 식탁에 가져와 오손도손 먹어야 제맛이겟지요.
겨울효자 식재료인 무로 다양한 요리를 즐기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고향집 마당엔 무 구덩이 하나쯤 집집마다 있었지요
그 기분을 무 밭에서 생경스럽게 느꼈습니다.
조상님들의 저장법 지혜도 놀랍지만, 지력이랄까.
흙의 힘 땅의 힘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수확하던 날과 하나도 다르지 않게 맛난 무 말입니다.
반쯤 남겨두고 와서 한 달 후쯤 한 번더 파올 작정인데
그때까지 바람들지 않고 잘 있을지..
한번 지켜볼 일입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