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촌
동치미 같이 담백한 이웃사촌이 있다.
경주가 처가인데 이번 설에 처갓집 다녀오는 길에 회를 듬뿍 장봐와서
지인들과 한자리에 모여서 명절 분위기를 한껏 돋우는 시간을 가졌다.
어울림이란 얼마나 좋은지..
명절이란, 새뱃돈이란 명분은 또 아이들에겐 얼마나 신나는 일이 되는지.. .
여기저기 가는 곳마다에서 새뱃돈에 신난 작은 아이는
아빠 친구분들 우리집에 놀러 오시라고 하면 안되겠느냐고 할 만큼
평소에는 쓰지 않던 잔머리!를 다양한 분야로 굴렸다. ㅎㅎ
나원참.. ,,명절은 아이들에게도 대목임에 틀림없는것 같다.
이웃사촌들끼리의 친목모임은 처음엔 남자들끼리만 어울려 형님 아우 하며 지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동반모임을 자주 갖게되었고,
여성 특유의 친화력 덕분인지
이제는 남편들보다 아내들이 더 친밀해진 모임이 되었다.
직업군도 다르고 아직 젊은 이웃도 있어서
함께 모이면 다양한 분야의 얘기들을 들을 수 있다.
이번 모임에서 가장 하이라이트 였던 얘기는
지난 12월 31일 구미에서 일어난 ATM기 현금수송차량 도난사건과 관련한 이야기 였다.
범인체포를 직접했던 경찰이 있어서
리얼한 무용담!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포항에 60년만에 눈이 많이 내렸던 때였다.
범인의 통화내역에 포항에 아는 여인이 있어
그 집앞에서 며칠간 잠복근무를 했고, 범인의 전화가 왔고 한번만 들렀다가라고 하여.
잠복의 위력을 발휘 체포하게 되었다는...
"어떻게 알았느냐고?"
"조사하면 다 나오고, 경찰은 무엇이든 알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해서.
섬뜩..ㅋㅋ 죄짓고 살면 안되겠구나 싶기도 했다..
덩치는 장난아니게 크면서도
아내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되는 그 모습도 재밌었고,
무엇보다 텔레비젼 같은 곳에서나 보았던 이야기들을
직접 듣는 기분이라니..
모임은 언제나 흥겹고 좋은데
아쉬운 점은 모일때마다 비용이 장난아니라는 것이다
달마다 회비를 넉넉히 각출해 놓지만
월말쯤 되면 유흥비!겸 친목 도모회비가 언제나 동나서 딸랑딸랑,,,
회비가 얼마 안남았다고 하면, 만남을 조금 자제하면서 지내는 상황! 반복,,ㅎㅎ
그러니 월초엔 일주일에 서너번 만날때도 있고,
월말경이면 일주일간 한번도 안 보고 지내기도 하는데
그럴수록 만나면 더 달콤한시간이 된다.
이번에는 좋은 안건이 나왔다.
밖에서 만나는 모임을 조금 줄이고,
음식을 한가지씩 준비하여
하우스 파티 형식으로 집에서 모임을 갖자는 안건이다.ㅎㅎ
피를 나눈 형제는 아니지만 형님아우, 언니 동생하면서 지내는
이 모임 덕분에 중소도시지만 시골에서 사는
정서적인 여유로움을 제대로 누리며 사는 것 같다.
사람이 좋고 서로 잘 소통이 되니.
이또한 얼마나 복인지..
사람 좋은 것은 좋자고 좋아하자고 마음먹는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저절로 우러나는 것이니 이보다 더 좋은 만남이 또 있을까.
축복으로 여겨도 될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