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하라
항상 취하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만이 그대의 어깨를 짓누르고
그대의 허리를 휘게 하는 무서운 시간의 중압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끊임없이 취하라.
그러나 무엇에?
술이건, 시이건, 선이건, 그대가 좋아하는 것에.
다만 취하라.
그러다 때로 궁전의 계단이나
개울가 푸른 잔디 위에서,
또는 삭막하고 고독한 그대의 방에서 깨어나
문득 취기가 어느 사이 사라졌음을 발견하게 되면 물으라,
바람에게, 파도에게, 별에게, 새에게, 시계에게,
달아나는 모든 것, 신음하는 모든 것,
구르는 모든 것, 노래하는 모든 것, 말하는 모든 것에 물으라.
지금 몇 시냐고.
그러면 바람은, 파도는, 별은, 새는, 시계는 대답하리라.
"지금은 취할 시간이다!
시간의 학대를 받는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취하라.
쉬지 않고 취하라!
술이건, 시이건, 선이건, 그대가 좋아하는 것에."
- 보들레르
**취에는 취할취(取)와 술취할 취(醉)가 있습니다.
같은 '취'지만 느낌은 완전 다릅니다..
우리말이 풍성한 식탁처럼 재밌고 감칠맛 나는 것은 이런 어감들 때문이지요.
보들레르는 '취하라'는 자신에게 미치라는 얘기 같습니다.
취함은 열정을 말함이겠지요.
미칠만큼 열정을 가져본 적이없는 삶을 질타하는 것 같습니다.
습기를 머금은 허공에서 어느 순간 빗물이 뚝 떨어질듯한 날씨입니다.
남쪽에서는 봄비소식이 올라옵니다.
소생하는 봄날을 준비하는 생명들은
이 순간도 열심히 자신이 취(取)해야 할것들을 취(取)하고 있겠지요.
이시를 보면서 마음만 분주할뿐 미칠만한 무엇하나
못 만나고 못 채우는 날들을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취(取)하고 싶은 사람있다면
술한잔 건네며 함께 취(醉)하는 것도 좋을 듯한 날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