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누구를 사랑한다는 것은
구름뜰
2011. 3. 9. 15:20
누구를 사랑한다는 것은
누구로부터 상처받는다는 것
너를 만나고 돌아온 날도
내 가슴은 온통
피투성이였다 깊게 깊게
구멍 뻥, 뚫렸다 그러나
피투성이 내 가슴은
어금니 한번 꽉 다물었다 침 한번
꿀꺽 삼켰다 상처받지 않고
어찌 살 속에 뼈
아름드리 벽오동나무로
키울 수 있으랴 뼛속
꿈틀거리는, 솟구쳐오르는
욕망덩어리 옳게 키울 수 있으랴
너를 만나고 돌아온 날도
내 마음은 자꾸
신음소리를 냈다 한쪽 귀퉁이
쭈욱, 찢겨져 나갔다 마른 오징어처럼
그러나 내 마음은
속삭였다 중얼거렸다 하소연했다
누구를 사랑한다는 것은
누구로부터 상처받는다는 것
--(이은봉·시인, 1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