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그래서
구름뜰
2011. 3. 21. 09:43
봄이 오면 나무에 꽃이 피고 잎이 돋는다
겨울이 지나갔기 때문이다.
나무는 알고 있었다.
겨울이 얼마나 추운지를
그래서 모든 것을 버리고
맨몸으로 살았다.
아프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울기도 하고 떨기도 하고 몸부림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어떤 것보다 강한 것이 하나 있었다.
기다림이었다.
희망이었다.
온몸으로 꽃을 그리며 온 맘으로 잎을 꿈꾸었다.
또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올 것이다.
하지만 나무는 그것도 알고 있다.
겨울을 지날수록 자신이 더 풍성해지고
더 아름다워진다는 것을.
--정용철
베란다 에어컨 환풍기 뒷쪽 구석진 자리.
다른 분들에 밀려 멀찍히 둔 동양란 화분들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햇빛도 잘 들지 않는 곳에 방치하듯 모아둔 그것들에게
나는 지난 겨울동안 가끔,
아주 가끔 정성없는 손길로 호스물만 주었습니다.
거실로 앞베란다로 그것들을 옮겨다 놓았습니다.
아직 못 이룬 꿈들까지.. 즐깁니다.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합니다.
아름다워진다는 것은 견디는 것이고,
견딘다는 것은 결국 아름다워지는 과정 같습니다.
봄은 왔고 꽃은 어김없이 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