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산소 나들이

구름뜰 2011. 3. 28. 08:49

 

 

작년 삼월 이맘때쯤 아버님 곁으로 가신 어머님, 

지난 주말에는 작은아이와  아이들 막내 고모와 함께 시부모님 산소를 찾았다. 

 

산소는 생전에 어머님이 사시던 마을 뒷편 야트막한 산에 있는데

아카시아 나무와 뽕나무가 많다.

가을 벌초 때마다 웃자란 잡풀들 때문에 애를 먹어서

낫이랑 곡괭이 같은 것을 철물점에 들러 준비했고

아직 이른지 모르지만 나물도 캘 요량으로 과도도 챙겼다.

 

 

"너들이 들어와 살것도 아니면서 그러지 말라"고 

시골집과 관련해서는 무슨 일을 벌릴려면 극도로 싫어하셧던 어머님,

그러니 최소한의 것들만 갖추고 사셨고,

'무소유'라고 해야 할 만큼 작년 돌아가시고 나서는

당신 뜻대로 사시던 집도 없앴고 이제는 이곳 산소가 당신의 집인 셈이다.  

 

 

산소 주변으로 매화가 한창 꽃봉오리를 맺고 있었다.

 

  

 

어슬픈 낫질이지만 작은아이가 제법 정성을 들였다.

보기 좋아서 몇 컷이나 찍었다..

 

 

작년 이맘때 산소 주변 다른 분의 무덤에서 할미꽃을 본적이 있다

혹여 해서 돌아오는 길에 길가의 그 묘소를 찾았는데.

작년처럼 그렇게 꽃이 준비되고 있었다.

 

성의없이 서서보면  절대로 눈에 띄지 않은 꽃들이다.

구부리고 엎드려서 들여다 봐야 볼 수 있다. ㅎㅎ

 

 

 

 

 

생전에  농사 지으시던 밭은 야트막한 산 언덕에 있는데

묵정밭이 되어 산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이 밭에서 도라지 농사를 지으셨는데 

당신의 막내딸이 도라지 꽃 흔적을 찾아냈다.

남편이 괭이로 팠고,

그 속에서 도라지가 나왔다.

 

이 묵정밭에 아직도 어머님의 손길이 남아 있었다. 

 

 

 

고모말로는 족히 5~6년은 되었을 거라고 하는데 신기했다.

덤성 덤성 어머님이 거두지 못한 인삼같고 산삼같은 도라지를 몇 뿌리 캤다.

건강이 좋지 않은 고모가 어머님 보듯 그것들을 얼마나 반가워하시는지..

 

 

고모가 그랬다.

"평생을 한번도 느긋이 걷는 엄마 모습을 본 적이 없었고 언제나 동동걸음이었다"고

'동동'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작은 북을 계속 칠때 나는 소리'라고 한다.

 

 

산소로 가는 길 야산에는 야생 대추나무가 많다.

'약대추'라며 가을이면 이것들을 한가득 따서 마당에다

섬뜰에다 말리셨었는데 ..

 

 

당신 가신지가 언제인데

지난 가을 놓친 대추처럼

쭈글쭈글했었던 어머니 뱃살처럼 정겨운 모습이다.

 

키라야 30센티도 정도,

'나도 여기 있어요' 하듯 정겹다

'그래 여기 있었구나' .

'반가워..'

...

 

 

밭가에서 냉이도 캤다.

봄나물 캐는 일은 년중 이맘때만 해볼 수 있는 일이다. 

어릴적 봄만 되면 고향들녘으로 나물을 캐러다녔었다.

어른이 되서도 중소도시에 사는 덕분에 봄이면 연례행사처럼 이 짓을 해보고 싶고,

할때마다 그리 즐거울 수가없다.

왜 즐거운지 무엇 때문인지 아마도 그 시절 행위를 재연해 보는 일에서

연어가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회귀하듯,

나물캐는 행위 자체가 고향을 느끼는 행위가 아닐까 싶다.

 

남편과 작은 아이의 채근에도 아랑곳 않고 

고모는 고모의 고향들에서

나는 내 고향 논두렁 밭두렁에서 그렇게 한참을 놀았다.

 

참 좋은 봄날 행복한 봄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