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바다 보아라

구름뜰 2011. 4. 15. 09:04

 

 

자식들에게 바치느라

생의 받침도 놓쳐버린

어머니 밤늦도록

편지 한 장 쓰신다.

'바다 보아라'

받아 보다가 바라보다가

 

바닥 없는 바다이신

받침 없는 바다이신

 

어머니 고개를 숙이고 밤늦도록

편지 한 장 보내신다.

'바다 보아라'

정말 바다가 보고 싶다.

-천양희

 

 

방금 올해 아흔넷 드신 어머니와 통화를 했다. 여섯째예요. 여섯째가 누고?

이젠 금방 이름이나 얼굴이 떠오르지 않으신다. 한참을 갔다 돌아오곤 하신다.

그 어머니 젊은 날 내 집 다녀가실 때마다 책상 위에 편지 한통 써두어 나를 울게 하셨다.

고서체의 그 필체들. 아직도 누렇게 빛 바랜 그 편지들 내게 있다.

그야말로 "바다 보아라" 버전인 것이다.

 

생의 받침을 다 놓친 어머니. "받아 보아라"는 대신 "바다 보아라"에 어머니의 세월이.

눈물이 . 고난이 고스란히 묻어있어 짐짓 눈시울이 저려온다.

다 바치고 그야말로 바다가 되신 어머니. 치마폭 대신 시퍼런 물결이 되신 어머니.

언어유희를 가미하여 페이소스를 전해주는 이 시를 읽으며 그간에 행한 시인의 작업이

유희를 거져 독특한 깊이에 이르렀다는 느낌이다.

고난도의 비극은 웃으면서 울게 하는 것. 입가가 싱긋 올라감을 느끼는 순간.

어느 사이 마음이 흐느끼는 소리 들이지 않는가

'바다 보아라' 아무 말도 더할 수 없게 하시는 세상의 수심인 슬픈 어머니들.

-이규리

 

 

시수업 시간에 선생님께서 이시를 낭송해 주셨는데 

'바다 보아라'에서 눈시울이 붉어짐을.

받아보다가 바라보다가, 그만 흘리고 말았지요..

바닥없는 바다에서 받침없는 바다로,

받침마져 놓쳐버린, 

그 무한에 갑자기 무한 수평의 바다까지 보고 싶어지는. 

한줄 안부에서 바다도 보이고,

받침이란 받침 모두 자식들에게 받쳐준 어머니가 보입니다.

 

친정엄마는 특별한 날이면 문자를 보내옵니다.

 

"미애 새해 복 마니 받아라"

"장서방 새해 복 마니 받아라"

"정애 새해 복 마니 받아라"

"이서방 새해 복 마니 받아라"

 

내용은 같아도 각각 다른 이야기 입니다.

고맙다는 말도 되고, 사랑한다는 말도 됩니다.

그동안 수고했다는 말도 되고 행복하라는 말도 되고 기특하다는 말도 들어 있습니다.

한사람 한사람을 향한 당신의 마음이 그 지칭속에 들어 있습니다.

그러니 그 순정한 사랑표현에 그 성의 넘치는! 똑 같은 문자에도

우리들 각자는 제각각의 비교 할 수 없는 어머니 마음을 받는게지요.

각자를 향한 부족함 없는 사랑이 담겨 있기 때문에 

어느 한사람 그 문자의 같음을  같음으로 받는 이가 없습니다.

 

저도 이 아침 안부전화를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