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신록

구름뜰 2011. 4. 19. 09:24

 

 

어이할거나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남 몰래 혼자서 사랑을 가졌어라!
  
천지엔 이미 꽃잎이 지고
새로운 녹음이 다시 돋아나
또 한번 날 에워싸는데
  
못 견디게 서러운 몸짓을 하며
붉은 꽃잎은 떨어져 내려
펄펄펄 펄펄펄 떨어져 내려
  
신라 가시내의 숨결과 같은
신라 가시내의 머리털 같은
풀밭에 바람 속에 떨어져 내려
올해도 내 앞에 흩날리는데
부르르 떨며 흩날리는데.....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꾀꼬리처럼 울지도 못할
기찬 사랑을 혼자서 가졌어라.
-서정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