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우화(羽化)의 강

구름뜰 2011. 5. 11. 08:56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이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은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과 친하고 싶다.

-마종기

 

사람과 사람사이에 마음이 흐르고 물길이 되고,

그 물을 지극히 바라보는 것, 지극히 흐르도록 두는 것,

물이 살아있는건 마음이 흐르기 때문일 것이다.

 

곁을 내어 주고 싶은 사람 어찌 없을 수 있으랴.

내 곁 같은 곁도 있고, 아픈 곁도 있으리라.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일'

내맘 같기만 바랄 수도, 그 맘 같을 수도 없지만,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과 친하고 싶은'것이다.

 

자기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강.

그런 물길같은 사람, 

우리는 물길같은 사람을 꿈꾸며 살기에

오늘이 더욱 싱그러운 지도 모른다.

 

**우화(羽化)는 번데기가 날개 있는 성충으로 변하는 것, 성숙, 곧 승화를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우화등선(羽化登仙)의 준말로, 도교(道敎) 에서는 '사람이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감'을 이른다고 합니다.

우화등선(羽化登仙)의 꿈, 사람과 사람사이에 물길, 젓줄같은 물길이 흐르는 일,

살아있음 자체가 의미있고 행복해지는 일이지요.

누구나 가지는 사람에 대한 기대와 희망, 가능성을 물길로 드러낸 시

이 시를 추천해 준 지인에게도 감사드리는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