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상처에 대하여
구름뜰
2011. 5. 18. 09:04
오래 전에 입은 누이의
화상은 아무래도 꽃을 닮아간다
젊은 날 내내 속 썩어쌓더니
누이의 눈매에선
꽃향기가 난다
요즈음 보니
모든 상처는 꽃을
꽃의 빛깔을 닮았다
하다못해 상처라면
아이들의 여드름마저도
초여름 고마리꽃을 닮았다
오래 피가 멎지 않던
상처일수록 꽃향기가 난다
오래 된 누이의 화상을 알겠다
향기가 베어나는 사람의 가슴속엔
커다란 상처 하나 있다는 것
잘 익은 상처에선
꽃향기가 난다.
-복효근
'향기가 베어나는 사람의 가슴속엔
커다란 상처 하나 있다는 것,
잘 익은 상처에선 꽃향기가 난다는 것'
내 말이 군말 같고, 생각도 군 생각 같을때,
그럴 때 할 수 있는 말이란,
꽃이 아름답다거나, 바람이 분다거나 하늘이 유독 푸르다는 것,
또는 구름이 변화 무쌍하다는 이런 말들이다.
아는 얘기지만 아무나가 아니어서 향기가 되는 말들,
구름이 아름다운건, 그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아름답다는 것일테고,
꽃이 이쁘다거나 이뻐서 설렌다는 것도, 사람에 대한 마음이 아닐까.
하늘과 바람, 구름과 꽃덕분에
어디 가지 않고도 사람을 보고, 자연을 느끼는 것이다.
일상을, 의미가 되는 일상을 품는 것이다.
오월 산 아카시 꽃은 멀리서도 한 눈에 들고,.
멀어도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건,
내가 그 향기를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이 좋아서 자연이 아름다운 것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