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인연설
구름뜰
2011. 7. 27. 08:50
진정 사랑하는 사람앞에서는
사랑한다는 말은 안합니다.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사랑에 진실입니다.
잊어버려야 하겠다는 말은
잊어버릴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정말 잊고 싶을 때는 말이 없습니다.
헤어질 때 돌아보지 않는 것은
너무 헤어지기 싫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함께 있다는 뜻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우는 것은
그 사람을 잊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웃는 것은
그만큼 그 사람과 행복하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알 수 없는 표정은
이별의 시작입니다.
떠날 때 우는 것은 잊지 못한다는 증거요,
가다가 달려오면 잡아달란 증거요,
뛰다가 가로등에 기대어 울면
오로지 당신만을 사랑한다는 말입니다.
함께 영원히 있을 수 없음을 슬퍼 말고,
잠시라도 함께 있을 수 있음 기뻐하고,
더 좋아해 주지 않음을 노여워 말고,
이만큼 좋아해 주는 것에 만족하고,
나만 애태운다 원망치 말고,
애처롭기만 한 사랑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고,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남과 함께 즐거워한다고 질투하지 말고,
그의 기쁨으로 여겨 함께 기뻐할 줄 알고,
알 수 없는 사랑이라 일찍 포기하지 말고,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간직할 수 있는 나는
당신을 그렇게 사랑하렵니다.
-한용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