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군복입은 아들을 보며,,

구름뜰 2011. 8. 12. 11:03

 

 

 

권아! 너를 보낸 마음이야 생각할 때마다  아려오지만,

기꺼이 뛰어든 네 맘에 비할까. 

군복입은 네 모습 정말 자랑스럽다. 잘 지내라..

 

아이가 입대한지 열흘째다.

예전 우리 부모님 세대의  입대는 

가난한 살림에 입 하나 더는, 

한창 잘 먹는 장정 입 하나 더는 일이기도 했다고 한다.

 

입대하고 나흘만에 배속받은 사단을 문자로 통보해주고,. 

카페에서는 부대의 상세한 정보는 물론 편지를 올리면 전해주는 일도 해 준다.

손글씨 군사우편은 가는데 오는데 시간이 걸렸었지만, 

사랑의 편지함에 올리면 프린트해서 전달해 준다고 한다. 

육필모다 정감이야 덜 하겠지만 우체국까지 가지 않아도 되는,

편리한세월을 살고 있다. 

 

며칠전, 부대 전투 편성표라는 것이  카페에 올라 왔다.

1소대부터 7소대까지 한 소대에  4분대씩 250여 명 남짓의 명단이 올라왔는데

아들 이름은 없었다. 전화를 해 봐야 하는지 더 기다려 봐야 하는지 별 생각이 다 들었는데.

어제 오전 무렵 카페에 아들 기수의 사진이 올라 왔다.

 

'사진도 없을려나, 내가 부대를 잘 못 알았을까'

일단 1소대부터 7소대 까지 사진을 훌터보기로 했다.

한 내무반에 9명씩 인 것 같은데 소대 분대 별로 단체사진이 올려져 있고 아래로

경례하는 모습의 분대원 독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후방의 부모님께 드리는 경례이리라..

군복입은 지 일주일 쯤 지난 사병들의 모습

의젓하고 진지한 모습들에서 살짝이 아려오는 마음,여러 마음이 교차했다.

 

한참 만에야 단체사진에서 아들을 찾았다.

그 아래 독사진으로 내려가 보니, 입대할 때 와는 사뭇 다른 눈빛이다.

앙 다문 입술과 예리하고 날카로운, 기가 살아있는 눈빛으로 카메라를 응시한 표정에선

독기까지는 아니지만, 이적지 본적없는 진지함이 묻어  있다. 

무언가 답고 있는 눈빛이랄까. 삭혀낸 설익었겠지만 익혀낸 눈빛같았다.. 

며칠 쌔 쑤욱 커버린 모습이다.

찡하니.. 마음이 젖어왔다.

 

다시 전투편성표에 들어가보니 아들 번호란이 아랫줄인데 번호만 있고

성명란에 공란으로 되어 있지만 잘 표시가 나지 않았다. 

그러니 표작성하면서 빠졌음에도 모르고 지나친 것 같다.

우째 이런 일이.. 250여 명 중 하필. 공교롭다는 말,

참 싫다 이럴땐..ㅎㅎ

 

입 하나 덜기 위해 입대하던 세월은 전설의 고향같은 얘기가 되었다.

가난이나 배고픔보다 '다이어트'가 남녀노소의 테마인 세월이다.

가난이 사람과 사람, 가족사이의 유대를 더욱 공고히 했던 시절이 분명 있었다

 

몸뚱이 하나만으로 자존심밀듯 머리카락도 사정없이 밀고,

나라를 지키겠다고 들어간 아들들,

이땅에 태어난 소명과 의무를 기꺼이 받아들인,

늠름한 모습으로 잘 지내는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