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우편!
부모님께
먼저 걱정하실까봐,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여긴 정말 말도 안되고 쓸모없는 것만 골라서 하는 곳이예요.
개개인에게 쉴수 있는 시간은 오직 잠자는 시간이고
개인적인 자유가 철저히 통제되는 곳이라 굉장히 답답하지만
언젠가는 익숙해지고 편해지겠지 라는 생각 하나로 살고 있어요.
힘들지만 견디어 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군생활 1년 9개월을 통해서
나는 나 자신이 내가 바라는 모습으로 변하길 바란다.
21년 동안 너무 편하고 쉽게만 살아온 것 같다.
돌이켜 보면 무엇하나에 미쳐서 정말 열심히 해 본적이 없는것 같다.
이건 군생활하기 전부터 내가 대학을 다니게 되었을 때부터 해오던 생각이다
하지만 생각만으로는 바뀌지 않는다.
내가 알고 있는 나의 그 습관
그 습성이 과연 바뀔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그리고 그것을 바꾸는 방법도 알지 못한다.
그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야 겠다.
수도없이 해오던 생각이지만 그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야겠지
답답함만 가득한 이곳에서 생각만 가득하다.
하루 종일 궂은비 내리는 날이다.
입대한지 보름도 안된 훈련병인 아들의 첫 군사우편이다.
부모님께보다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지는 것 같은,
공부말고는 별로 경험한 것이 없는 스물한살 아들에게
새로운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것 같다..
반갑기도 하고, 착잡하기도 한 편지,
다른일은 손에 잡히지 않고 곧바로 답장을 썼다.
권!
네가 보내준 편지 정말 반갑게 잘 받았다.
군생활이 당연 쉽지않을 줄 알지만, 그래도 네가 생각이 많아지는
힘든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보게 되니 마음이 착잡하다.
잠자는 시간외에는 개인적인 시간이 전혀 없다니
정말 하루를 바쁘게 보내는가 보구나.
네말처럼 견디다 보면 익숙해지고 지나갈거야.
자신을 돌아보는 진지한 성찰의 시간을 가지고 있는 네 진솔한 편지글 반가웠다.
네 말처럼 아는 건 모르는 것 보다 낫다는 정도지
알면서도 등한시하며 시간을 보낸다는건
자기 인생의 주변인밖에 되지 못하는 삶을 사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충분히 생각해보고
정해지면 매진하는 거지. 정하질 못했으니 방향도 못잡고 흐지부지
이젠 그렇게 자신을 내버려 두어선 안되는 시점이라는 생각이다.
'정말 무엇하나 미친듯이 열심히 해본 적이 없다'는 네말이
너를 얼마나 그동안 허하게 만들었는지 너도 잘 알거야.
불가능한 것 같은 꿈일지라도 그것에 매진하는 사람과
꿈없이 사는 사람은 다르단다.
그 가슴이 다르고, 살아가는 자세가 다르고,
설령 그가 그 꿈을 못 이루었더라도
매진한 열정이 있었기에 그런 사람은 무슨일에도
다시 도전하는 열정을 가질 수 있는 거야.
열정도 습관이야. 그러니 습관만큼 무서운게 없지
습관을 바꾸면 조금씩 내가 바뀌어 간단다
하루아침에는 절대로 안되지만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바로 실천에 옮기는 것이 현명한 것이지.
열정없는 사람들 대부분은 힘들다고 포기하고 편안함에 안주하려 하지.
그러니 진전도 없고, 존재감이나 자존감도 충만하질 못하지
스스로 충만하다는 것이 사람을 얼마나 행복하게 하는지
자존감이 어떨때 생겨나는지 권이도 그런 맛을 몇 번 느껴 보았을 거야,
답은 내 안에 있고, 문제도 내 안에 있지
엎어지고 넘어지더라도 두려워 하지 말자.
가는 만큼 너는 향상되어 있을 것이고
설령 가다가 멈추더라도 여기서는 보이지 않던 그 무엇이
그 향상된 자리에서는 보이기도 할거야
깨지고 부서지는 만큼 그 아픔만큼 너는 성장할거야,
군생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생각을 조금 더 확장시켜봐,
쓸모없는 것만 한다고 하지만, 그 쓸모없는 것 너머에 숨은 뜻이 무엇일까!
만약 내가 군부대 리더라면 나도 이렇게 할까. 수용자의 입장이 아니라,
너 같은 훈련병들을 다루기위해서 이렇게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며 현명한 방법일까.
설령, 더 좋은 대안이 있다면 나는 이렇게 해 볼것이다. 등등
사고를 확장시켜 주체적으로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다 보면, 다른동료들 보다는
한결 여유로운 자세로 임할 수 있을 거야.
군 내에선 군법을 따라야 겠지만 그렇게 마음의 여유를 가져봐,
왜 이렇게할까.. 등등,
짜증을 낸다거나, 뾰족하게 구는 일은 마음안의 작용으로 끝내도록 해.
밖으로 일일이 내색하는 건 하수나 하는 짓이지.
물론 너가 인간미까지 결여된 고수가 되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두루두루 알고 품고 배려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인간관계 중요하다고 본다.
인품은, 그 사람의 좋은 품성은, 넓은 가슴이라야 풍겨져 나올수 있다고 생각한다.
잘 지내자. 또 편지할게
진솔한 네 마음 반가웠다. 엄마가 군말이 많았는지 모르겠다.
책 필요하면 받아 볼 수있다면, 보내주고 싶은데,
답장 주라 아들, 많이 보고 싶다.
8월 19일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