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나들이
올해부터 산소 벌초를 대행하는 업체에 맡겼다..
시부모님도 안계시고, 큰집이 서울이다보니
벌초때마다 빠지게 되는 부담감도 들고, 공평하게 각출하니
조상님 산소돌보기가 깔끔하게 정리된 느낌이다.
자손들이 서울에 많아서 명절 교통사정을 피하다 보니
산소나들이도 앞당기게 되었고,
작년부터 산소나들이가 추석명절을 대신하는 셈이 되었다.
예전 시어머님 생전 시골집이 있을때는 아버님산소를 제외한 성묘는 남자들 끼리만 갔었다.
초등학교 다니던 아이들이나 조카들까지 남자들은 다 나선길이었는데
그 다녀온 길에 주머니 가득 불룩하니 가을 소출들을 채워왔었다.
주로 대추나 밤, 단감 등,
섬뜰에다 어른 아이 할것없이 주워온 것인지
서리해 온 것인지 쏟아내곤 했는데.. ㅎㅎ
그것을 받는 기분이란, 개선장군의 전리품 같달까.
추석명절끝에 맛보는 행복한 소출이었었다..
시조모님과 조부님 산소는 떨어져 있다.
어머님이 가시고 난 작년부터 조모님 산소엘 함께 가면서 알게된 이 자두밭은
산소나들이 길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코스다. ㅎㅎ
감히 남의 자두밭 한가운데를 지나는 코스다. ㅎㅎㅎ
나는 자두를 아주 많이 많이 좋아한다.
자두때문에 칠월이 좋고, 보기만해도 좋고, 먹을땐 행복하다. ㅎㅎ
이육사님은 내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이라고 했지만,
시댁은 자두가 익어가는 계절이다.
작년에 이 자두밭에 처음 들면서 늦자두가 몇개 남아 있었다,
수확도 포기한 그런 류였는데. 나도 침을 꿀꺽 꿀꺽 삼키며 지나갔었다.
모양이야 없지만 단맛이 가장 깊게 농축되어 있는
맛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라면 그때가 가장맛있다는 걸 안다.
성묘끝나고 나오면서 남편이 다섯알 쯤 따주었나,
그것을 돌아오는 차안에서 꿀맛처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여우가 포도나무를 보고 침 흘리는 동화처럼,
올해도 이 자두밭에 들어서면서 아! 돌아나오는 길이 고문같을 텐데..
견물생심이라고 손만 대면 딸수있는 자두의 유혹이란,
젯밥에만 관심있는 내 속을 어찌알고, 남편이 내게 던진 은총. ㅎㅎ
"가방 이리줘 자두 따줄게. "
와우!! 맘은 뻔하지만 차마 뭐 마려운 사람처럼 어쩌지 못하고 있었는데.
가방속을 보니 열개가 넘었다.ㅎㅎ서리는 서린데.. 기분은 좋다,
자신은 한개도 먹을 줄 모르면서 먹는 소리만 들어도 기겁하면서 내게 준 마음이다.
집으로 돌아와 자두를 먹자니 마음에 걸려서 물었다.
밭주인이 누군지 아냐고,, . 에고, 그제사 남편 왈, 종중 산이고 집안 조카님 밭이란다
그 정도 쯤이야 기꺼이 따먹어도 된다고,,
"진작에 그렇게 말해주지."
그랬다면 아마도 내가 남편보다 서리를 더 많이 했을지도 모른다. ㅎㅎㅎ
"내가 따면 따도 되는 그만한 이유가 있나보다 하지." 란다.
에고 남편을 내가 조금만 더 신뢰했어도 자두 서리 제대로 해 보는 건데..
괜히 가슴졸인것까지 돌아와 생갹하니 아쉽다. ㅎㅎ
가을 볕에 하루하루 달라지는 작물들이 이쁘다.
대추도 한창이고, 담넘어가려다 쉬고 있는 호박까지..
각설하고,,
올 산소 나들이도 끝이났다.
벌써 추석을 지낸 기분이다.
올해 산소나들이 화두는
아마도 우리 대가 끝나기 전에, 자손들에게 해 주어야 할일은
벌초대행까지가 아니라 산소 정리까지가 아닐까 하는 얘기들을 나눴다..
달라진 환경에 맞는 문화라야 타당할 것이라는 얘기들이었다.
후대를 위해서 누군가는 먼저 시작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내가 살아왔고 지나온 길보다, 더 합리적인 방법 있다면,
욕먹더라도 내가 떠나기전에 선택해주고 가는 것도
먼저 난 사람의 도리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