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사람을 쬐다
구름뜰
2011. 9. 1. 08:54
사람이란 그렇다
사람은 사람을 쬐어야지만 산다
독거가 어려운 것은 바로 이 때문, 사람이 사람을 쬘 수 없기 때문
그래서 오랫동안 사람을 쬐지 않으면 그 사람의 손등에 검버섯이 핀다 얼굴에 저승꽃이 핀다
인기척 없는 독거
노인의 집
군데군데 습기가 차고 곰팡이가 피었다
시멘트 마당 갈라진 틈새에 핀 이끼를 노인은 지팡이 끝으로 아무렇게나 긁어보다가 만다
냄새가 난다, 삭아
허름한 대문간에
다 늙은 할머니 한 사람 지팡이 내려놓고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 바라보고 있다
먼 눈빛으로 사람을 쬐고 있다
- 유홍준
어제 함시사(함께 시를 사랑하는 모임)에서 한분이 이시를 낭송해 주셨다.
낭송의 대가, 아니 암송의 대가이신데,
좋은 시를 만나면 무조건 외우는 분이다.
그녀의 암기력에 매번 놀란다.
'사람은 사람을 쬐어야지만 산다'
'먼 눈빛으로도 사람을 쬐는' 독 거 노 인 들,
곧은 뼈 휘어지고, 줄것 다 주어
뼈에도 구멍이 났다는데
그러고도 줄 것이 없어 설운 노모는
평생 갚아야 할 업인양
너를 내어주고
너를 그리는
사람쬐러 나와앉은
그 눈빛 만나거든
그 외로움 만나거든
그 볕한번 되어 주면 어떨까.
'젊은 것들아!
너도 볕이 될 수 있단다'고 누군가 조용히 알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