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세상의 나무들

구름뜰 2011. 9. 4. 10:28

 

 

세상의 나무들은

무슨 일을 하지?

그걸 바라보기 좋아하는 사람,

허구한 날 봐도 나날이 좋아

가슴이 고만 푸르게 푸르게 두근거리는

 

그런 사람 땅에 뿌리내려 마지않게 하고

몸에 온몸에 수액 오르게 하고

하늘로 높은 데로 오르게 하고

둥글고 둥글어 탄력의 샘!

 

하늘에도 땅에도 우리들 가슴에도

들리지 나무들아 날이면 날마다

첫사랑 두근두근 팽창하는 기운을!

-정현종(1939~  )

 

 

세상의 나무들은 늙어가며 더 아름다워진다.

나무의 몸엔 늙어도 쇠하지 않은 탄력이 가득하다.

하늘 향해 곧추선 줄기는 수액으로 촉촉하다. 줄기 안에 든 샘은 마르지 않는다.

나무는 그리움으로 생명의 샘을 채운다

나무가 서 있는 그곳에 첫사랑의 기운이 팽창하는 건 그래서다.

나무 앞에선 하늘도 땅도 사람도 푸르게 푸르게 두근거리게 된다.

남녘의 한라산에는 우리 땅에서만 자라는 구상나무가 뿌리를 내렸다.

구름을 이고, 나무는  이 땅의 사람들을 그리워한다.

나무의 그리움 따라 사람 사는 세상에 첫사랑의 기운이 팽창한다.

--고규홍 - 나무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