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면회를 다녀와서..
어제는 훈련병인 아들의 첫 면회를 다녀왔다.
예전에는 훈련병생활 8주간은 면회불가였는데 지난 4월부터 5주차가 되면
5주차 수료식날을 면회날로 정해서 부모님이 계급장부착식에 동참하는 형식으로 면회가 가능해졌다.
면회전 부모님의 참석여부나 인원에서 차편까지 미리 세밀하게 부대측에서 물어오고,
면회장소도 부대내 정해진 장소중 병사가 원한 장소를 지정석으로 번호까지 매겨두어서
야외 나무그늘이나, 천막 강당 식당등 다양한 곳에서 면회가 이루어 졌다.
우리가 도착했을때 운동장에 병사는 한명도 없었고
사열대에만 몇몇분이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지정석(실내 2층 식당)에다 짐을 풀어두고 내려왔는데!!
그새 어디서 나왔는지 260명 아들기수 장병들이 서 있었다.
저 속에 분명 아들이 있을 터인데 '어떻게 찾을까' 했는데 방청석쪽에 이르니,
부모들을 위해서 열대로 이름을 적어두어 찾기가 쉬웠다.
뒤에서 두번째 줄,,
까맣게 그을린 피부때문에 처음엔 긴가민가 했다. ㅎㅎ
(위 사진은 수료식이 거의 끝나가던 때의 모습이다)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모습은 운동장에 서 있는 첫모습을 보았을 때이다.
식전, 그러니까 한 5분이나 10분 정도였을 것이다.
운동장에 집결시킨 병사들을 사열대에선 아무 말없이 세워두기만 했다.
그냥 세워두기만 했는데,
방청객들마저 압도시키는 어떤 기운이 품어져 나왔다.
침묵의 위력도 있고, 무엇보다 병사들의 자세, 열중쉬어도 아니고 차렷도 아닌 자세가 압권이었다.
손은 주먹을 쥔듯 허벅지 부분에 가지런히 모으고 있었고, 발은 열중쉬어 자세로 벌리고 선 모습!
'공격'하면 금방 달려나갈것 같은, 즉 명령만을 기다리는 자세 같기도 하고,
엄청 열받은 모습같기도 했다.
미동도 없이 서있기만 하는데서도 그런 강한 기운이 느껴지는 줄이야,
1분 2분.. 시간이 지날수록 감정없는 기계인간의 도열을 보는 것 같은,
영화에서 봐 온 전쟁터에서 초개같이 희생당하는 무수한 병사들의 모습,
터미네이터나 등등에서 봤던 숱한 영상들이 오버랩되어 왔다.
(영화를 많이 본것도 아닌데.. ㅎㅎ)
수료식 중간에 운동장에 선 아들에게 가서 가슴에 달린 계급을 가린 스티커를 제거해주는
의식이 있었는데 우 몰려가는 틈새로 비집고 가다보니 조금 늦게 다가갔다.ㅎㅎ
아들이 부동자세에서 우리 엄마는 안오나 싶었던지 고개는 못 돌리고 눈동자를 이편으로 돌리는 모습이
포착됨과 동시에 두눈이 마주쳤는데. 녀석,, 보자 마자 보조개를 보이며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 미소가 얼마나 이쁘고 인간적이었는지..
미소도 파격이 되는 곳이었다.ㅎㅎ
구리빛 피부때문인지 약간 야윈듯 보였지만, 팔뚝은근욕질로 변한것 같고,
어깨도 제법 벌어졌고 몸이 탄탄해진것 같았다.
이등병이라는 훈장!같은 벼슬을 달고 뿌듯해하는 모습,
녀석, 제 후배기수들을 보면 제일 불쌍하다고. ㅎㅎ.
어느때는 지금 뭐하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지만,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고,
말수도 적던 녀석이 할말이 많았는지 묻는 말에 대답도 잘 했다. ㅎㅎ
그 변한 외양만큼 달라진 마음결도 보고 듣도 나누고 왔다. ,
'집에 가고 싶다'' 라며 속마음을 편안히 내비쳤고,
제일 아쉬운 것이 , '음악을 못 듣는 것'이라고 했다.
'담담히 잘 지낼거라고', 힘든 시간 있지만 '지나고 보면 할만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배웅하면서 그렁그렁한 눈빛 처음으로 보여주던 녀석,
나는 무슨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한 번 안아보자고 했더니,
녀석이 나를 꼬옥 안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