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바닥론

구름뜰 2011. 9. 10. 08:06

 

 

 

나는 바닥이 좋다.

바닥만 보면 자꾸 드러눕고 싶어진다.

바닥난 내 정신의 단면을 들킨 것만 같아 민망하지만

바닥에 누워 책을 보고 있으면

나와 바닥이 점점 한 몸을 이루어가는 것 같다.

언젠가 침대를 등에 업고 외출했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식구들은 내 게으름의 수위가 극에 달했다고 혀를 찼지만

지인은 내 몸에 죽음이 가까이 온 것 아니냐고 염려했지만

그 어느날 내가 바닥에 잘 드러누운 덕분에 아이가 만들어졌고

내 몸을 납작하게 깔았을 때 집안에 평화가 오더라

성수대교가 무너진 것도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것도

알고 보면 모두 바닥이 부실해서 생겨난 일이다

세상의 저변을 조용히 받치고 가는

바닥의 힘을 온 몸으로 전수받기 위해서

나는 매일 바닥에서 뒹군다.

- 김나영

 

세상의 저변을 조용히 받치고 가는

바닥의 힘을 온 몸으로 전수받기 위해....

 

이런 바닥예찬론 참 재밌다.

바닥은 편하다,

더 이상 낮아질 수 없는 겸손이며 관계의 시작점 아닐까.

 

좋은 줄 알지만,

내가 바닥되어 주는 일엔 얼마나 인색했던가.

자신을 낮출 줄 아는 사람. 그는 가슴이 넓고 따뜻한 사람이다. 

나긋 나긋 어떤 상황에서도 낮아질 줄 알아서

그것이 매력발산!!으로 和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과 사람사이 낮출수록 편안한 관계가 되는 것을,

 

바닥을 보면 뒹굴고 싶어질 수 있다. ㅎㅎ

뒹굴기 싫어하는 사람 있을까.

함께 낮아지게 하고, 무엇이든  내려 놓게 되는 바닥,

낮아지는 일은

누군가에게 내 바닥을 내어주는 일 아닐까.   

바닥을 내어주는일,

'바닥'까지 내려가는 일이 이렇게 아름다운 일이기도 한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