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
추석 전날, 환갑이 지난 맏형이 어머니께 드린다고 선물을 꺼낸다. 난데없는 바바리맨 인형, 잔뜩 옷깃을 세우고 검은 안경을 낀 바바리맨이 식구들 앞에 나타났다. 순간, 야! 하고 형님이 소리치니 으하하하! 웃음소리와 함께 바바리맨이 앞자락을 열어젖힌 채 심벌을 아래위로 흔들어댄다. 심벌은 거대하고 사실적이라, 며느리들은 민망하여 고개를 돌리고 팔순의 어머니는 눈물까지 닦으시며 웃으신다. 인형은 소리를 치면 반응을 하는데 어머니가 갑자기 바바리맨을 향해 영민아, 하고 소리를 친다. 으하하하! 웃음소리와 함께 바바리 자락을 열어젖히고 심벌을 어머니 앞에 흔들어댄다. 으하하하! 이어 여섯 아들들이 한명씩 차례대로 불려나와 어머니 앞에서 자랑스레 심벌을 흔들어댄다. 어머니는 과수원을 하다 사고로 죽은 넷째 형도 불러세우고 그 죽은 아들 역시 어머니 앞에서 으하하하! 거대한 심벌을 흔들어댄다. 바바리맨은 시골집 안방 텔레비전 위에 깃을 여민 채 오늘도 대기중이다. 고단한 저녁, 어머니는 가끔씩 아들의 이름을 소리쳐 부르고 그때마다 바바리맨은 아무것도 부끄럽지 않은 알몸으로 으하하하! 가장 크고 자랑스러운 자지를 흔들어드린다.
-'공손한 손' 창비 2009
소리치면 '으하하하' 웃음소리와 함께 바로 반응하는 바바리맨이라니.
그 어머니에게 이렇게 유쾌한 선물이 또 있을가.
떠난 아들까지 불러내도록 만든 바바리맨, 효자다.
은근 재밌는 고영민씨 시집이다. 68년 생인데 어제 올린 '만삭'이란 시도 그렇고,
시집 첫 페이지에 실린 '앵두'라는 시도 재밌다.
이 시를 읽다가 효도에 대해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옛날 어느 효자가 고을에 임금님 행차 소식을 듣고,
거동 불편한 노모에게 구경시키고자 업고서 임금님 행열을 구경 나갔다고 한다,
그 모습이 눈에 띄어 임금이 연유를 물은즉 노모를 위한 효심에 감동하시어
임금님이 그 효자에게 큰 상을 내렸다고 한다.ㅋㅋ.
이쯤 되면 민담에선 꼭 따라쟁이도 있게마련,
이웃마을에 놀부 심보가진 불효자가 있었는데.
나가기 싫다는 부모님을 나가야 한다고 우겨서 노모를 업고 행차에 참석했고
임금님 눈에 띄어 임금님 역시나 물으셨고,
사실인즉 효자는 아닌데 저러고 나와서 상을 노리는 것이라고 아뢰었다고 한다.
그러자 임금님 그사람에게도 상을 내리라고 하셨다고 한다.
저이는 불효자이니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하자 임금님 왈,
"효도는 흉내만 내도 효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