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매화 겨울 나기
그해 겨울 유배 가던 당신이 잡시 바라본 홍매화
흙 있다고 물 있다고 아무데나 막 피는 게 아니라
전라도 구례 땅 화엄사 마당에만 핀다고 하던데
대웅전 비로자나불 봐야 뿌리를 내린다는데
나는 정말 아무데나 막 몸을 부린 것 같아
그때 당신이 한겨울 홍매화 가지 어루만지며
뭐라고 하셨는지
따뜻한 햇살 내린다고
단비 적신다고
아무데나 제 속내 보이지 않은다는데
꽃만 피었다 갈 뿐
열매 같은 건 맺을 생각도 않는다는데
나는 정말 아무데나 내 알몸 다 보여주고 온 것 같아.
매화 한 떨기가 알아버린 육체의 경지를
나 이렇게 오래 더러워졌는데도
도무지 알 수 없는 것 같아.
수많은 잎 매달고 언제까지 무성해지려는 나
열매 맺지 않으려고
잎 나기도 전에 꽃부터 피워올리는
홍매화 겨울 나기는 따라갈 수 없을 것 같다.
-최영철. 시집 -<일광욕하는 가구> 문학과 지성사 2000
흙 있고 물 있다고, 햇살 내리고 단비 적신다고
아무데서나 꽃 피우지 않는.
화엄사 마당이라야 대웅전 비로자나불을 봐야만,
꽃만 피었다 갈 뿐 열매 같은 건 맺을 생각도 않는
한떨기 매화도 알고 있는 경지.
지조있고 절개 곧은 겨울 홍매화 완벽한 아름다움으로 표현하셨다.
흙, 물, 햇살, 단비에 휘청거리는 우리네 삶을,
화엄사마당, 대웅전비로자나불에게만
이라는 이 말장난 같은 절대미의 경지.
겨울홍매화도 아는 그 경지를
우리 인간은 평생 모르고 살기고 하고,
모르는 척 살기도 하고, 편한대로 살기도 한다.
겨울 홍매화!!! 따라하기.
영원히 요원하기만 한 일일까.
아! 홍매화 겨울 홍매화,,
솜사탕으로 도배한 것 같기도 하고,
해동하는 겨울강의 얼음덩이 같기도 합니다.
저 하늘아래 가을들판도 색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가을무와 배추를 뿌려둔 밭으로 가는 풍경은
황금빛 벼와, 한참을 올려다 봐야하는 3미터 남짓의 키다리 수숫대
고개를 들때마다 그 자줏빛 뒤의 하늘색은 또 어떻구요.
밭이랑에선 가을 배추가 며칠내로 묶어 주어야 할 만큼 덩치가 커졌고,
가을무는 갈때마다 제 몸 불려가는 모습에 얼마나 기특한지요..
쌈으로 먹겠다고 뿌려둔 조선배추가 제법 자랐습니다.
어제는 그것을 뜯어와 포항 다녀온 이웃사촌이 싱싱한 횟감을 장봐온 덕에
함께 쌈배추 시식을 했는데 가을 이 맘때라야 제대로 맛나는 쌈배추 맛에
다들 기절할~뻔 했습니다. ㅋㅋ
이맘때 들녘을 보는 농부의 마음은 어떨지요.
초보 농사지만 배 부른 가을입니다.
가을은 하늘만 봐도 좋은 때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