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네 집
섬진강 시인,
김용택 시인이 주신 사인이다. ㅎㅎ
사인을 메세지라고 우기고 싶다!!!!!
(사실은 "제게 메세지를 주세요" 하고 내민 책이었다. ㅎㅎ)
" 꽃이 되세요."
이렇게 멋진 당부가 있을까.
아무래도 당분간 꽃!! 생각을
놓을 수 없을 것 같다. ㅎㅎ
어떤 사람의 글을 읽었다는 건,
한 번도 못 만났더라도 그에게서 친숙함을 느끼는 일이다.
내게만 속내를 털어놓은 것도 아닌데..
그런 사람을 직접 만나고 육성을 듣는일,
설렘과 함께 여운이 남는 일이다.
섬진강 시인의 대표작 '그 여자네 집'
처음 이 시를 읽었을 때 '그 남자네 집'이 생각났었다.
이후, 아니나 다를까.
박완서 선생님 장편소설 ' 그 남자네 집'이 나왔다.
그 제호에 매료되어 읽었던 기억,
나도 그 남자네 집을 같이 따라나선것 같았던 기억이 있다.
그 남자, 그 여자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 사람에 대한 정서가 잘 드러난 시..
당신 마음속에 있는
그 남자네 집, 그 여자네 집으로
당신을 안내하는 시,
감정이입해서 한번 들어가 보세요..
가을이면 은행나무 은행잎이 노랗게 물드는 집
해가 저무는 날 먼데서도 내 눈에 가장 먼저 뜨이는 집
생각하면 그리웁고
바라보면 정다웠던 집
불빛이, 따뜻한 불빛이 검은 산속에 깜박깜박 살아 있는 집
그 불빛 아래 앉아 수를 놓으며 앉아 있을
그 여자의 까만 머릿결과 어깨를 생각만 해도
손길이 따뜻해져오는 집
살구꽃이 피는 집
봄이면 살구꽃이 하얗게 피었다가
꽃잎이 하얗게 담 너머까지 날리는 집
살구꽃이 떨어지는 살구나무 아래로
물을 길어오는 그 여자 물동이 속에
꽃잎이 떨어지면 꽃잎이 일으킨 물결처럼 가닿고
싶은 집
샛노란 은행잎이 지고 나면
그 여자
아버지와 그 여자
큰오빠가
지붕에 올라가
하루 종일 노랗게 지붕을 이는 집
노란 초가집
어쩌다가 열린 대문 사이로 그 여자에 집 마당이 보이고
그 여자가 마당을 왔다갔다하며
무슨 일이 있는지 무슨 말인가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말소리와
옷자락이 대문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면
그 마당에 들어가서 나도 일에 참견하고 싶었던 집
마당에 햇살이 노란 집
저녁 연기가 곧게 올라가는 집
뒤안에 감이 붉게 익는 집
참새떼가 지저귀는 집
보리타작, 콩타작 도리깨가 지붕 위로 보이는 집
눈 오는 집
아침 눈이 하얗게 처마끝을 지나
마당에 내리고
그 여자가 몸을 웅숭그리고
아직 쓸지 않은 마당을 지나
뒤안으로 김치를 내러 가다가 "하따, 눈이 참말로 이쁘게도 온다이이"하며
눈이 가득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다가
싱그러운 이마와 검은 속눈썹에 걸린 눈을 털며
김칫독을 열 때
하얀 눈송이들이 어두운 김칫독 안으로
하얗게 내리는 집
김칫독에 엎드린 그 여자의 등에
하얀 눈송이들이 하얗게 하얗게 내리는 집
내가 함박눈이 되어 내리고 싶은 집
밤을 새워, 몇밤을 새워 눈이 내리고
아무도 오가는 이 없는 늦은 밤
그 여자의 방에서만 따뜻한 불빛이 새어나오면
발자국을 숨기며 그 여자에 집 마당을 지나 그 여자의 방 앞
뜰방에 서서 그 여자의 눈 맞은 신을 보며
머리에, 어깨에 쌓인 눈을 털고
가만가만 내리는 눈송이들도 들리지 않는 목소리고
가만 가만히 그 여자를 부르고 싶은 집
그
여
자
네 집
어느 날인가
그 어느 날인가 못밥을 머리에 이고 가다가 나와 딱
마주쳤을 때
"어머나" 깜짝 놀라며 뚝 멈추어 서서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며 반가움을 하나도 감추지 않고
환하게. 들판에 고봉으로 담아놓은 쌀밥같이
화이안하게 하얀 이를 다 드러내며 웃던 그
여자 함박꽃 같던 그
여자
그 여자가 꽃 같은 열아홉살까지 살던 집
우리 동네 바로 윗동네 가운데 고샅 첫집
내가 밖에서 집으로 갈 때
차에서 내리면 제일 먼저 눈길이 가는 집
그 집 앞을 다 지나도록 그 여자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저절로 발걸음이 느려지는 그 여자네 집
지금은 아,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집
내 마음속에 지어진 집
눈감으면 살구꽃이 바람에 하얗게 날리는 집
눈 내리고, 아, 눈이, 살구나무 실가지 사이로
목화송이 같은 눈이 사흘이나
내리던 집
그 여자네 집
언제나 그 어느 때나 내 마음이 먼저
가
있던 집
그
여자네
집
생각하면, 생각하면 생. 각. 을. 하. 면.......
-김용택..
즐감하셨나요.
이렇게 자신의 감성을 아름답게 표현한다는 것 참 부럽습니다.
38년동안 시골에서 초등학교 교사만 하셨고,
그 중 2학년만 26년을 가르쳤다고 합니다.
학생수가 가장 많았을 때가 3명, 설명 해주고
알았나? 알았나? 알았나? 3번하고 나면 끝,
꼴지해도 3등!ㅋㅋ
엄마 아버지 가르치고 그 아이들까지 가르치다보니
행동발달사항이 부모와 같다! 고 합니다.
38년 동안 "오빠가 때려요" "신발 없어 졌어요"
"화장지 없어요" "싸워요" 들었는데 느즈막엔
"냅둬"ㅎㅎㅎ로 마무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이들 이르는 모습 보면서 놀랐다고 합니다.
아무것도 아닌것을 온 마음 온 몸을 다해서 저렇게 진지하게 이를 수 있을까.ㅋㅋ
인간앞에서 인간은 달인일수 없다고
왜 인간은 늘 새롭기때문에
잠시도 가만 안 있고, 개념 없어서 언제나 결론부터 말하고,
복도만 나가면 뛰는 아이들 복도에서 걸어다니는 아이는 없다고 합니다.ㅋㅋ
지우개 새것 사면 그날로 요절내는,
이해 못할 게 많지만 정직하고 진실해서
가르친것 보다 배운 게 더 많았다고 하셨습니다.
내가 2학년 알아 주면 2학년도 나를 알아 주었고,.
동심은 정직 진실 통하는 진정성이 있는 아름다운 세계라고 하셨습니다.
날 알아주면 마음을 주게 되고 주면 받게 되고, 통하는 것,
진실만이 아름다운 세상이라고,
아이들에게 시를 가르쳤다고 합니다.
자기 생각과 주장을 글로 표현하는
아이들 시 몇 편 소개해 주셨습니다.
여름
이제 눈이 안온다.
여름이니까.
쥐
쥐는 나쁜놈이다.
먹을걸 살짝살짝 다 가져간다.
그러다 쥐약 먹고 죽는다.
중간고사
오늘 시험 보고나면 난 죽었다.
왜냐하면 나는 꼴등을 할 거니까.
뭘써요
"뭘써요"
"뭘 써라구요?"
"시 쓰라"
"뭘써요?
"시 쓰라고"
"뭘써요"
"시 써서 내라고"
"네."
개념도 없는! 녀석들에게서
글쓰기 가르치면서 한 그루 나무 보는 법 가르쳤다고 합니다.
동심을 잃어버린 어른
'워즈워드가 그랬지요.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기막힌 시적 표현들이지요. ㅎㅎ
"선생님 저를 그 여자라고 생각하고 봐 주세요."
'그 여자'라는 소리 듣자마자 순식간에 화악!! 수줍어 하시던 미소!.
내게 들키셨다.
그 여자에게도 못 보여주었을 그 미소 내게 보여주셨다. ㅋㅋ
어느 책에서도 이런 미소 본적 없다. ㅎㅎ
시란 얼마나 좋은 결 인가.
첫 만남에서도 그 결에 금방 가 닿을 만큼 .
구미여고는 집으로 드나드는 길목에 있고 차로는 1,2분 거리다.
산등성에 요새처럼 자리 잡아서 학교에 오르면 정말 조용한 곳이다.
며칠전부터 오며가며 눈에 띈 플렌카드 때문에
시인이 오신다는 걸 알았고,
지난 금요일 지인 몇명이서 학교를 찾았다.
작년겨울에 만나고 이후 한번도
못 만난 시쓰는 친구도 이곳에서 우연히 만났다.
코드가 같다는 건
언제든 연결고리만 있으면 만나게 되는 것 같다.
강의는 도서관에서 있었다.
.
학교측에서도 교장선생님 이하 반갑게 맞아주셨고,
아이들과 함게 정말 좋은 강의 들었다.
도서관 내부 정경이다.
도서관 벽에 이렇게 재밌는 액자 하나가 걸려 있었다.
구미여고는 지역에 명문이기도 하지만
골든벨 프로그램으로 전국에 알려진 학교다
한 명도 어려운 것을 2명이나 50번 문제까지 맞추는
파란을 일으킨 곳은 전국에서 구미여고 뿐이다..ㅋㅋ
오시자마자 사인부터 하셨다.
아이들이 미리 책을 구입해서 가지고 왔고,
한 명도 빠지없이 이름 묻고 어느대학 무슨과 다 물으셨다.
아이들이 목표가 뚜렷해서 대답이 바로바로 나왔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 목표가 확실하다는 건,
매일 만나는 옆집 아저씨처럼 익숙하고 편안한 분위기였다..
악수를 하자고 요청한 학생이 딱 한명.
뒤에 계시던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한 장성구 선생님 그런 용기 '칭찬하고 싶다'고 하셨다.
나무에서 일어나는 일만 자세히 보면,
다른 것도 다 보게 된다고,
그 여자 그남자 다 보는게 공부라고,
통합할 줄 알아야 한다고,
보는 것 자세히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잘사는 방법은 나무 이야기 잘 듣고 그말이 옳으면 내 생각 행동 바꾸는 것이라고.
공부잘하는 사람은 자세히 볼 뿐이다.
무엇인지 알아야 이해되고 내것이 된다.
내것이 되어야 인격이 된다고.
예술적 감성키워라 평생,
어린이를 통해서 신비한 눈 세상을 보는준 배웠다.
한그루나무 언제보아도 완성되어 있다.
다 다르다. 새롭다
자연은 왜 신비할까.
모든걸 다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늘 새로운 모습으로 감동준다.
공부 평생하면서 예술적 감성 키워라.
인간이 인격이 되어 있어야 풍부하다.
자유로운 영혼에서 새로운 것 창조할 수 있다.
벌써 퇴직한지 3년이나 되셨고
지금은 전주에 계시며 강의 다니느라 바쁘다고 한다..
날마다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삶.
가시는 곳마다 향기 풍기실 터이니
'꽃이 되세요'라고 당부한
선생님은 이미 '꽃이 되신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