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간통

구름뜰 2011. 10. 21. 08:42

 

 

이녘의 허리가 갈수록 부실했다.

소문의 꼬리는 길었다. 검은윤기가 흘렀다.

그 여자는 삼단같은 머리채를 곱게 빗어 쪽지고 동백기름을 바르고 다녔다.

어느날 또 이녘은 샐녘에사 들어왔다.

입은 채로 떨어지더니 코를 골았다.

소리죽여 일어나 밖으로 나가 봤다.

댓돌 위엔 검정 고무신이 아무렇게나 엎어졌고,

달빛에, 달빛가루 같은 흰내의 모래가 흥건이 쏟아져 있었다.

내친김에 허둥지둥 그 여자의 집으로 달려갔다.

방올음산 꼭대기에 걸린 달도 허둥지둥 따라왔다.

해 묶은 싸릿대 삽짝을 지긋이 밀었다.

두어번 낮게 요령소리가 났다.

뛰는 가슴 쓸어 내리며 마당으로 들어섰다.

댓돌 위엔 반듯 누운 옥색 고무신,

고무신 속을 들여다 봤다.

아니다 다를까 달빛에, 달빛가루같은 흰내의 모래가 오지게도 들었구나.

내 서방을 다 마셨구나. 남의 농사 망칠 년이!

방문 벌컥 열고 년의 머리끄댕이를 잡아챘다.

동네방네 몰고 다녔다.

소문의 꼬리가 잡혔다.

한 줌 달빛이었다.

-문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