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닭의 하안거와 함시사..

구름뜰 2011. 10. 29. 12:03

 

 

이 오뉴월 염천에 우리집 암탉 두 마리가 알을 품었다

한 둥우리 속에 두 마리가 알도 없는데

낳는 족족 다 꺼내 먹어벼려 알도 없는데

 

없는 알을 품고

없는 알을 요리조리 굴리며

이 무더위를 견디느라 헉헉거린다

 

닭대가리!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부르진 말아다오

시인인 나도 더러는

뾰족한 착상의 알도 없으면서

 

없는 알을 품고

없는 알을 요리조리 굴리며

뭘 좀 낳으려고 끙끙거릴 때가 있나니

 

닭대가리!

 

제발 그렇게 부르진 말아다오.

그러고 싶어서 그러고 싶어 꼭 그러는 게 아니니!

-고진하

 

 

 작년에 처음 동안거를 실천해 보았습니다. 오래 생각해 왔지만 일상이 버티고 있어 실천하는 것이 여간 어렵지 않았지요. 그래서 부끄럽지만 나름 안거의 의미를 새기는 이름만 동안거를 보낸 적이 있습니다. 안거는 출가한 수행자가 일정기간 외출하지 않고 한 군데 머물며 독하게 공부에 정진하는 기간과 행위를 말합니다.

 

 우리나라에선 보통 하안거, 동안거를 합니다만 , 일상의 모든 시간과 장소가 실은 안거의 장이기도 한 거 겠지요. 스스로 깨어 있는 정신이 안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이 겠는데요. 우리가 한 주에 한 번 <함시사>를 여는 이 장이 곧 일상의 안거는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시가, 곧 세상의 안거가 아닐까 합니다.

 

 여기 닭들의 일상에서 수행의 삶을 보는 시인의 안목이 있습니다. 인간에게 알을 빼앗기고 없는 알을 열심히 품는 닭의 행위가 '닭대가리'라는 말로 간단히 비하될 성질의 것인가요. 라고 시인은 무겁지 않게 퍽 유쾌한 자세로 우리에게 질문합니다. 어리석은 듯 보이는 닭과 시인은 실은 한통속, 그래 이렇게 하고 있네요. 시인이란, 시인의 마음이란 원래 이렇군요!

- 최유숙

 

 

 

함시사( 함께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리더인 최선생의 추천시와 주석이다.

함시사 모임 시간은 다양한 레파토리로 진행 된다.

첫번째는 '추천시',

두번째는 '10분 글쓰기'

세번째는 '자작시'

네번째는 '지정도서 요점정리'다.

 

수업이 시작되면 자신이 선택해 온  추천시를 출석번호 대로 읽고 윗글처럼 주석을 달거나

추천하게된 경위나 시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혼자 읽을때 보다 가깝게  시를 받아들이는 시간도 되고 양질의 시를 접할수 있는 기회도 된다.

같은 시를 두고 함께  몰입하는 시간이 되므로 추천시에 올랐던 작품들은 공동의 소재가 되고

그 시간에 나눈 이야기들은 공동의 추억이 된다. 

추천시 메뉴를 통해 공통분모를 넓혀가고 있는 셈이다. 

 

 

 

다음은 10분 글쓰기다.

이 방법은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의 나탈리 골드버그가 추천한  글쓰기 방법인데,

우리가 직접 실천해 보고 있는 중이다. 

추천시를 하면서 나누었던 이야기들 중 그때 그때 편한 주제를 정해서  10분간 글쓰기 해 보는 건데. 

주제가  갑자기 정해지므로 글쓰기에 순발력이 있어야 하는 영역이다.

순간적이고 즉흥적인 심상을 따라 쓰는 글이라 완성도 있는 글은 쉽지 않지만

그래도 회원 몇 분은 매번 놀라운 직감을 발휘하기도 한다.

 

주제에 따라 10분은 금방 지나갈때도 있고 길때도 있다.

글쓰는 소리만 있는 시간이라 내가 내게 몰입하지 않으면 안되는시간이다. 

내 심상을 놓쳐버리먼 끈떨어진 연처럼 멍해져서 석줄 쓰기도 쉽지 않을때가 있고

어느때는 두 페이지를 채우기도 한다. 10분  되면 스톱하고,  

출석번호대로 쓴것을 읽는 시간이다. 처음 시작했을때 가장 부끄런 시간이 되기도 했었지만, 

같은주제 다른이야기 주제에 얽힌 시절이야기 혼자만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 

이 시간을 통해서 발산되는데. 서로를 더 알아가고 보듬어가는 시간이  된다.

 

 

 

 다음은 자작시 소개다.

 자작시는 아마추어도 있고 4,5년 시공부 한 회원도 있어서 기량 차이야 있지만

합평(함께 평하는)을 통해서 자신이 보지 못한 것들을 알게 되는 가장 학습 효과가 뛰어난 첨삭 시간이다. 

대체로 글쓰는 이들은 그렇게 표현하기까지 그 만한 이유를 가지고 있고,

그 부분을 합평하면서 묻게 되는데,  

드러내진 않았지만 시 속에 담겨있던  에피소드가 그 비화!!가 시보다 더 재밌을 때가 많다. ㅎㅎ

 

합평은 내글에 가해지는 어떤 것도 수용할 수 있는 성숙된 마음이 선행되어야 한다. 

다른사람의 평을 기꺼이 수용하는 자세가 안되있다면 의미없는 일이다. 

그런 면에서 함시사 회원들은

기꺼이 자기 작품을 두들겨 맞고 난도질!당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이쯤 놀다 보면, 두 시간은 후딱가고 열두시쯤 된다.

번째는 지정도서 <요점정리> 해 온 것을 맘껏 토론하는 시간이다. 

요즘 지정도서는 <비슷한 것은 가짜다>로 정민 선생님과 함께하는  연암 이야기다.

한 주 동안  정해진 분량을 읽고 그것을 정리하여  토론하는데. 

자신이 정리해온 문장의 핵심이 왜 좋은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 시간에 묻고 답하고 나누는 시간이어서 소통의 기쁨을 맛보는 시간이 된다.

 

글로만 접하고 말 것들을 한번 더 생각하고 나눈다는 것은

책속 이야기를 내것으로  끌어 들이는 시간이 된다.

그것이 내 의식이 확장되고  실천력까지 겸비할지는 모르지만,

토론과정을 통해서 내가 한 말이 내 귓속으로 다시 들어가는 과정을 통해서 얻어가는 것이 많다.  

이 과정은 주마다 공통분모가 있어서 이야기 소재가 무궁무진 해 지므로

정해진 시간 12시 반이 되어도 이야기는 그칠줄 모르고

어느때는 점심먹는 자리까지 연장되기도 한다. 대체로.

 

통하는 이야기를 함께 나눌 사람이 있다는것은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는 일이다. 

준비해온 만큼 얻어가는 것이기도 하지만,

회원의 폭이 20대 처자도 있고, 60대  퇴직한 선생님까지 넓지만,

정말 놀라운 촉수들을 가지고 있어서 잘 통한다.

신기할정도로..  

 

 

 

좋은 스승님 덕분에 만난 모임이고, 오래되지 않았지만 알찬 모임이 되어가고 있다.

특히 리더인 최선생의 열정덕분에 잘 굴러가고 있다.

그 동력이 전적으로 최선생 덕분임을 회원들은 잘 알고 있으며, 

그녀의 그런 열정 덕분에 나는 종종 무임승차한 기분이 들때가 많다.

 

<닭의 하안거>와 최선생의 주석을 보면서,  

창작은  '닭이 없는 알을 품는 행위,

또 그것을  '닭대가리' 라고 지칭하는 사람들의 인식을 잘 버티는 일 같기도 하다.

그리고 "닭과 시인은 실로 한통속"이라는 절묘한 표현,,  

그 지난한 과정이,

없는 알을 품고, 뭔가 낳고 싶어서 끙끙대는 일,

그러고 싶어서 그러고 싶어 꼭 그러는 게 아니니! 라는 싯귀가 공감간다.

 

훌륭한 작품은  '닭대가리' 과정에서  출발,

해산의 고통까지 있었으므로 낳았을 것이다. 

알아 주는 이 없이,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인정받는 천재들도 많다.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 그 창작을 그만둘 수 없었을  천재들, 

품었으므로 떠났더라도 세상에 남겼으니  절로 고개 숙여지는 일이다. 

 

고흐는 생전에 그림 한 점 제대로 팔리지 않았고 평생 아우 테오에게 빚진 삶이었지만

자신의 창작열은 맘껏 불태운 천재다..

정신분열증을 앓을 만큼 그 섬약함 예민함, 

그렇지만 작품을 완성할 때마다 얼마나 행복했을지.. 

충만함 문에 그만둘 수 없었으리라..  

 

 

 

 

없는 알 품을 만큼 비합리적인 일에 몰입하지 않아서 

나는 늘 이렇게 룰루랄라 좋은 날들만 보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없는 알 한번 오지게 품어 보고 싶은 날 와야할텐데... 

요원하기만 한것은 아니었으면........

 

* '함시사'는 시를 좋아하는 분이면 '객원회원'으로 모실 만큼 열려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 구미 봉곡도서관 입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참석해 보세요.